박은선(37, 서울시청)의 신체능력은 세계적인 무기다. 프리미어리거 이금민(29, 브라이튼)도 인정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은 11일 오후 7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개최된 A매치 평가전에서 이금민의 해트트릭과 박은선의 멀티골이 터져 잠비아를 5-0으로 이겼다. 지난 7일 수원에서 잠비아와 1차전서 5-2 대승을 거둔 벨호는 평가전 2연승을 달렸다.
잠비아와 2연전은 박은선의 재발견이었다. 박은선은 1차전 후반전 교체로 들어가 제공권의 우위를 확실히 살렸다. 그는 수비 뒷공간으로 쇄도해 공중볼을 헤더로 떨구면서 이금민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 박은선은 한국의 다섯 번째 쐐기포까지 터트렸다. 2014년 5월 아시안컵 4강전 이후 약 9년 만에 터트린 A매치 득점이었다.
181cm 장신이면서 발밑까지 좋은 박은선의 장점은 2차전서도 돋보였다. 벨 감독은 지소연의 결장에 박은선을 선발로 출격시켰다. 박은선은 한국이 1-0으로 앞선 전반 34분 라인을 깨고 들어가 골키퍼까지 제치는 여유를 보이며 추가골을 넣었다.
제공권 장악은 박은선의 특기다. 후반 8분 박은선이 헤딩으로 떨군 공을 이금민이 오른발 강슛으로 득점했다. 후반 44분 박은선은 코너킥 상황에서 위력적인 헤더로 한 골을 추가했다. 이날 박은선은 높이와 순발력, 개인기를 모두 보여주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후 벨 감독은 “박은선이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 월드컵 직전까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하고 있다가 본선에서 뛰게 하고 싶다”며 대만족했다. 적장 잠비아 부르스 음와페 감독 역시 “박은선 투입 후 어려운 경기를 했다. 박은선 포스트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대비하지 못했다”고 박은선을 높이 샀다.
동료들도 맏언니의 대활약에 분위기가 살았다. 이금민은 “은선 언니가 대표팀에 멋있게 복귀해서 경기를 같이 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은선 언니가 더 잘해서 대표팀에 정말 중요한 선수가 되면 좋겠다. 후배들도 많이 배운다”며 기뻐했다.
박은선의 신체조건과 높이는 세계적이다. 이금민은 “은선 언니는 공중볼 경합이 너무 좋아서 우리가 믿고 움직인다. 영국에도 이 정도 피지컬의 선수는 한 명 정도 봤다. 공격수는 없다”며 엄지척을 했다. 실제로 전세계 여자축구선수 중 신장 180cm가 넘는 선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박은선의 존재로 한국이 더욱 다양한 전술을 가동할 수 있다.
벨 감독의 신뢰에 박은선은 “외국인 감독님이라 저를 더 신경 써주시는 것 같다. 월드컵에 가서 골을 넣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10분을 뛰든 90분 뛰든 골에 관여 했는지가 중요하다. 후배들을 따라가며 조커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