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레인저스의 한국인 수비수 듀오 박종범, 김민규가 명문 킷치SC를 상대로 두 차례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 AFC컵 대회 진출을 바라보게 됐다.
올시즌 홍콩 프리미어리그(1부리그)에는 킷치SC의 데얀(41)와 김신욱(34)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홍콩 레인저스 FC(영문명: HK Rangers)에는 박종범(25, CB)과 김민규(22, RB) 두 명의 한국 수비수 듀오가 활약하고 있다.
두 선수의 활약은 지난 1월 8일과 3월 15일 명문 킷치SC를 상대한 컵 대회에서 도드라졌다. 나란히 선발 출장한 박종범과 김민규는 K리그 출신의 레전드 공격수 데얀과 김신욱을 꽁꽁 묶으며 각각 2-1,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시즌 25골(컵 대회 포함)을 몰아치고 있는 데얀을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만년 강등권에 있는 팀이 매년 리그 우승 후보인 팀을 두번이나 꺾은 것이다.
팀의 상승세는 리그에서도 잘 나타났다. 현재 18라운드 중 15경기를 치룬 레인저스FC는 리그 4위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순위이다. AFC 국가 랭킹에 따라 결정되는 아시아 국가 클럽대항전이자 AFC 챔피언스리그 하위 대회 격으로 여겨지는 AFC 컵 대회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4위를 지킨다면 레인저스는 구단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된다.
구단 역사에 이름을 올리고자 두 한국인 선수는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특이한 점은 두 선수 모두 한국에서 프로 데뷔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내 좁은 프로의 문을 인정하고 일찌감치 시야를 해외로 돌렸다.
먼저 김민규는 전주대 재학 중 좀 더 빠른 프로 데뷔를 위해 독립구단인 FC아브닐에 입단했다. 입단 시기가 코로나19와 겹치며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2021년 홍콩 2부리그 호이킹 SC에 입단했고, 수비수라는 포지션과 전반기에만 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0경기 6골 4도움의 활약에 더불어 후반기에 곧바로 1부리그인 레인저스 FC에 이적할 수 있었다.
1997년생인 박종범은 군 문제부터 해결한 케이스다.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전주시민축구단에서 병역의 의무를 마쳤고, 전역 후 곧바로 FC아브닐에 입단하여 몸상태를 올린 후 김민규와 같이 호이킹 SC에 입단했다. 박종범 또한 전반기에 뛰어난 활약으로 이미 김민규 효과를 본 레인저스 FC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고, 역시 반시즌만에 레인저스 FC로 이적하며 1부리그 데뷔를 이루었다.
총 18경기 중 15라운드까지 펼친 레인저스 FC는 나머지 3경기를 통해 4위 사수를 노린다. 오는 7일 RCFC와의 컵대회에서도 팀의 상승세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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