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흥국생명과의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3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서 현대건설을 물리친 한국도로공사는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챔피언결정전 왕좌에 올랐다. 1, 2차전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3차전부터 기적의 3연승 업셋을 이뤄내며 2017-2018시즌 이후 5시즌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 2차전을 연달아 패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건 역대 최초 사례다.
다음은 우승 감독 김종민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우승 소감
우승을 일궈낸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오늘 나도 경기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에 살살하라는 말도 하고 싶었는데 눈빛은 다들 살아있었다. 뒤에서 채찍질하면서 몰고 갔다. 워낙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다 보니 상대가 어떤 페이스, 어떤 리듬인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래서 이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경기 내용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우리가 한 게 없고 상대가 범실하면서 우리 쪽으로 넘어온 것이다.
-5세트 챔피언십 포인트를 만든 비디오판독 배경은
그냥 누른 것이다. 내가 정확히 못 봤는데 그 각이면 2인 블로킹이라서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적이 일어날 것이란 확신은 언제 들었나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은 끝날 때까지 안 들었다. 14-13까지도 박정아가 이걸 때릴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가볍게 해서 넘겨줘도 된다고 했는데 본인이 에이스라는 생각에 몸이 안 좋은데도 열심히 하려고 했다.
-캣벨 영입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처음 트라이아웃 때도 캣벨을 염두에 뒀다. 무릎 상태가 안 좋아서 긴 시즌 소화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튀르키예 리그에 있는 캣벨을 체크했는데 경기를 안 뛰더라. 몸 상태 체크하면서 지켜봤고 봄배구 가능성이 있으면 교체로 가고 그렇지 못하면 그대로 가려고 했다. 선수들이 버텨내면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나로서는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5년 전 첫 우승 때와 지금 우승을 비교한다면
첫 우승 때는 우리가 우승후보로 지목됐고 우리 전력도 굉장히 좋았다. 그 때는 우승해야한다는 부담이 좀 있었다. 부담을 많이 안고 했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선수들과 마음 편하게 준비했다. 챔프전도 우리는 잃을 것이 없었고, 상대가 더 부담스럽다고 봤다.
-봄배구 가능성이 사실 낮았던 게 사실이다
어느 팀에게도 이길 수 있고 질 수 있는 게 우리 팀이다. 우리끼리 똘똘 뭉치지 않으면 힘들다. 안 되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을 끌어안아주고 도와주면서 시즌을 치러야 한다. 나 잘났다고 하면 쉽지 않다. 지나서 보니까 우리가 페퍼저축은행에게 2패도 했지만 현대건설과 3승 3패를 했고, 챔프전에서 흥국생명도 이겼다. 뛰어나게 잘하는 선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뭉치면 단단한 팀이다.
-세터 이윤정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팀을 하나로 엮어갈 때 제일 중요한 게 세터다. 이윤정이 그래서 나한테 많이 혼났다. 오늘도 아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정신 못 차리는 것 같아서 말을 했다. 그러나 굉장히 잘했다. 간은 큰 것 같다. 멘탈도 좋고.
-이제 주죽 선수 5명(박정아, 배유나, 정대영, 문정원, 전새얀)이 FA 자격을 얻는다
그게 가장 어렵다. 나는 다 같이 가고 싶다. 도로공사에서 7년 하고 있는데 세터만 바뀌었지 거의 그대로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팀을 만들어놨다고 하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그 위치에서 잘하면 더 강해지는 힘이 있다. 우리는 조직력 배구다. 누구 한 명 빠지면 쉽지 않다. FA라는게 선수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구단에게는 될 수 있으면 잡아달라고 요청하겠다.
-캣벨과의 동행 연장 여부는
아마 캣벨이 우리와 처음부터 안 하려고 할 것이다. 내년에 같이 갈 거냐고 물었더니 NO라고 했다. 본인은 중간에 대체 선수로 와서 3라운드만 뛰는 게 최고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시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초반 시작할 때 박정아 몸이 안 올라와서 힘들었다. 중반 페퍼저축은행에 패하는 등 중요한 경기를 자꾸 지면서 4연패를 했다. 그 때가 아마 최고의 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도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잘 헤쳐 나갔다. 그 때도 흥국을 이겼던 게 분위기 전환이 됐다.
-외국인감독과의 챔프전을 의식했나
솔직히 외국인감독 시스템은 많이 다르다. 외국인감독은 큰 선수들을 데리고 거기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반면 한국은 또 다른 게 있다. 솔직히 다른 여러 감독님들에게 힘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상대가 외국인감독이라는 게 큰 문제가 될 수 있을까. 구단에서 원하면 외국인감독 쓰면 된다. 능력 있는 사람 쓰는 게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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