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쌍둥이에 울었던 김연경, 또 우승 불발…기적의 업셋 희생양 됐다 [오!쎈 인천]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4.06 21: 54

이번에도 우승 트로피는 배구여제의 것이 아니었다.
흥국생명은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한국도로공사와의 최종 5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 패했다.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은 시리즈 2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코앞에 뒀지만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며 2018-2019시즌 이후 4시즌 만에 통합우승이 좌절됐다. 2008-2009시즌 이후 14시즌 만에 우승을 노렸던 김연경은 쌍둥이 파문에 신음했던 2년 전에 이어 또 다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2세트를 내주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3.04.06 /jpnews@osen.co.kr

2008-2009시즌을 끝으로 V리그 여자부를 떠났던 김연경은 2020년 6월 오랜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전격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코로나19로 해외진출이 불확실한 가운데 도쿄올림픽 출전과 우승을 위해 연봉 3억5천만 원에 친정 흥국생명행을 택했다.
당시 김연경에 이재영-이다영 국가대표 쌍둥이자매를 보유하며 ‘흥벤져스’라는 별명이 붙은 흥국생명. 그러나 우승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KOVO컵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 일격을 당했고, 핵심 전력인 쌍둥이자매가 학교폭력 미투 악재로 5라운드 도중 코트를 떠나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컵마저 GS칼텍스가 들어 올리는 걸 지켜봐야 했다. 
시즌 종료 후 중국 상하이로 떠났던 김연경은 지난해 6월 V리그 여자부 역대 최고 대우인 1년 총액 7억 원에 흥국생명과 계약하며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2년 전과는 상황이 확연히 달랐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권순찬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고, 쌍둥이자매마저 유럽으로 떠나며 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출산을 마치고 돌아온 맏언니 김해란 또한 김연경이 복귀 시즌을 기대한 요인이었다.
3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이 실점에 아쉬워하고 있다. 2023.04.06 /jpnews@osen.co.kr
올 시즌 또한 순탄치만은 않았다. 선두 현대건설을 맹추격하던 지난 1월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돌연 동반 사퇴하는 악재를 맞이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납득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흥국생명 구단은 뒤늦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윗선의 경기 개입을 인정했지만 이미 이영수 수석코치마저 권 감독을 따라 팀을 떠난 뒤였다. 권 감독 또한 말이 사퇴이지 사실상 경질 조치를 당하며 쫓겨나듯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36살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으며 순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김연경이 중심을 잡고 선수들의 동요를 막았다. 동료들의 심리 케어는 물론 공격성공률 1위, 득점 5위의 경기력을 앞세워 선두 현대건설을 제치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챔피언결정전 또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연달아 따내며 14년 만에 대관식을 눈앞에 뒀지만 김천 원정에서 2경기 연속 일격을 당했다. 김연경도 계속된 혈투에 지쳤는지 4차전 공격성공률이 34.55%로 저조했다. 
5차전에서도 미라클 도로공사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4차전 부진을 씻고 옐레나와 함께 막강 트윈타워를 구축했지만 1세트 승리 후 도로공사에 풀세트 끝 무릎을 꿇으며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준우승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1, 2차전을 연달아 패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건 역대 최초 사례다. 대관식을 꿈꿨던 김연경이 미라클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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