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흥국생명)만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0%의 기적에 도전하는 한국도로공사도 예비 FA만 5명으로 지금 멤버로 마지막이 될 챔프전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프전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배구 여제’ 김연경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국내에서 첫 FA 자격을 얻는 김연경이지만 지난 2월 현역 은퇴설이 나왔다. 스스로도 “은퇴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게 좋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며 고심 중인 사실을 밝혔다.
흥국생명이 인천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잡고 우승에 다가가면서 김연경을 위한 무대가 완성될 것 같았다. 정상에서 마무리하는 그림이 완성되려던 찰나에 도로공사의 강력한 저항이 시작됐다. 벼랑 끝에 몰렸던 도로공사는 김천 홈에서 열린 3~4차전을 연이어 잡고 2승2패로 챔프전을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5차전까지 잡으면 역대 최초로 2연패 후 3연승 역스윕 우승을 달성한다.
3~4차전 모두 1세트를 내준 뒤 2~4세트를 내리 잡고 역전승하는 뒷심과 저력을 보였다.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이고,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와 체력적으로 지칠 법도 한데 쓰러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 볼을 걷어올리고 때리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그 결과 도로공사는 역대 남녀부 통틀어 5전3선승제 챔프전에서 1~2차전을 연패한 14개 팀 중 유일하게 3~4차전을 잡고 최종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간 팀이 됐다.
이번 챔프전을 끝으로 은퇴할 수 있는 김연경처럼 도로공사도 라스트 댄스를 추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박정아, 배유나, 정대영, 문정원, 전새얀 등 5명의 주축 선수들이 한꺼번에 FA로 풀린다. 지난 2017~2018시즌 창단 첫 우승 멤버들로 지금까지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고 있어 FA 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전망이다.
연봉 총액 상한제 샐러리캡으로 인해 도로공사가 5명의 예비 FA 선수들을 모두 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챔프전이 도로공사 전성기 멤버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배유나는 “팀의 구성원이 바뀔 수 있지만 이 멤버들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아도 “지금 당장 앞에 놓인 챔프전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것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거들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지만 이왕이면 우승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선수들은 물론 팀으로 봤을 때도 FA 결과에 따라 리빌딩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우승이 어려운 전력이 될 수 있어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솔직히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재미있게 한다. 분위기는 우리 쪽으로 끌고 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0% 도전을 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며 “스포츠 1등만 알아주지, 2등 뭐 있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우승 한번 노려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여자부 챔프전이 최종 5차전까지 간 것은 역대 4번째. 지난 2005~2006시즌 흥국생명과 도로공사가 5차전 승부를 벌인 바 있다. 당시에는 흥국생명이 1승2패로 밀리다 4~5차전을 모두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17년 만에 두 팀의 챔프전 5차전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최후의 승부 5차전은 6일 오후 7시 흥국생명의 홈구장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