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만 라스트 댄스? 도로공사도 마지막…예비 FA 5명, 최후의 승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4.06 07: 30

김연경(흥국생명)만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0%의 기적에 도전하는 한국도로공사도 예비 FA만 5명으로 지금 멤버로 마지막이 될 챔프전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프전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배구 여제’ 김연경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국내에서 첫 FA 자격을 얻는 김연경이지만 지난 2월 현역 은퇴설이 나왔다. 스스로도 “은퇴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게 좋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며 고심 중인 사실을 밝혔다. 
흥국생명이 인천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잡고 우승에 다가가면서 김연경을 위한 무대가 완성될 것 같았다. 정상에서 마무리하는 그림이 완성되려던 찰나에 도로공사의 강력한 저항이 시작됐다. 벼랑 끝에 몰렸던 도로공사는 김천 홈에서 열린 3~4차전을 연이어 잡고 2승2패로 챔프전을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5차전까지 잡으면 역대 최초로 2연패 후 3연승 역스윕 우승을 달성한다. 

올스타전에서 도로공사 배유나, 박정아, 흥국생명 김연경이 시상식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2023.01.29 /jpnews@osen.co.kr

3~4차전 모두 1세트를 내준 뒤 2~4세트를 내리 잡고 역전승하는 뒷심과 저력을 보였다.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이고,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와 체력적으로 지칠 법도 한데 쓰러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 볼을 걷어올리고 때리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도로공사 박정아가 볼을 살리기 위해 몸을 날리고 있다. 2023.04.02 /jpnews@osen.co.kr
그 결과 도로공사는 역대 남녀부 통틀어 5전3선승제 챔프전에서 1~2차전을 연패한 14개 팀 중 유일하게 3~4차전을 잡고 최종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간 팀이 됐다. 
이번 챔프전을 끝으로 은퇴할 수 있는 김연경처럼 도로공사도 라스트 댄스를 추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박정아, 배유나, 정대영, 문정원, 전새얀 등 5명의 주축 선수들이 한꺼번에 FA로 풀린다. 지난 2017~2018시즌 창단 첫 우승 멤버들로 지금까지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고 있어 FA 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전망이다. 
연봉 총액 상한제 샐러리캡으로 인해 도로공사가 5명의 예비 FA 선수들을 모두 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챔프전이 도로공사 전성기 멤버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극적인 역전승을 올리고 챔피언결정전을 5차전까지 끌고 가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4.04 / foto0307@osen.co.kr
배유나는 “팀의 구성원이 바뀔 수 있지만 이 멤버들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아도 “지금 당장 앞에 놓인 챔프전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것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거들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지만 이왕이면 우승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선수들은 물론 팀으로 봤을 때도 FA 결과에 따라 리빌딩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우승이 어려운 전력이 될 수 있어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솔직히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재미있게 한다. 분위기는 우리 쪽으로 끌고 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0% 도전을 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며 “스포츠 1등만 알아주지, 2등 뭐 있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우승 한번 노려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선수들이 경기 전 모두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2023.04.04
여자부 챔프전이 최종 5차전까지 간 것은 역대 4번째. 지난 2005~2006시즌 흥국생명과 도로공사가 5차전 승부를 벌인 바 있다. 당시에는 흥국생명이 1승2패로 밀리다 4~5차전을 모두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17년 만에 두 팀의 챔프전 5차전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최후의 승부 5차전은 6일 오후 7시 흥국생명의 홈구장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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