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은 전원 사퇴했는데 정몽규 회장은 사과문 발표로 끝인가?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04.05 11: 35

승부조작 범죄에 면죄부를 준 대한축구협회 이사진이 결국 총괄 사퇴했다. 하지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 100명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된 전 선수 48명도 포함됐다. 우루과이전을 앞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이뤄진 발표였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달성 후 인기를 얻고 있는 축구에 재를 뿌린 행동이었다. 후폭풍이 컸다. 팬들은 K리그 경기장에 현수막을 걸고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축구협회는 31일 이사회를 다시 열고 사면 조치를 없던 일로 했다.

축구협회 이사진인 이영표 부회장, 이동국 부회장,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은 3일 늦은 밤 일제히 축구협회 임원진에서 사퇴했다. 아울러 4일 축구협회 이사진이 전원사퇴를 결정했다. 신아영 이사 역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31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2년여 전부터 그들이 충분히 반성을 했고, 죄값을 어느 정도는 치렀으니 이제는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선 축구인들의 건의를 계속 받았다. 중징계를 통해 축구 종사자 모두에게 울린 경종의 효과도 상당히 거두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그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몽규 회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에 있다. 축구협회 수장인 정 회장이 사면을 결심한 가운데 감히 이사회에서 반기를 들지 못했다. 이영표, 이동국 등 스타선수 출신 부회장들은 불과 지난 2월 부임했다. 대외적으로 축구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인사들이라도 축구협회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다. 투표권이 있었던 신아영 이사는 아예 이사회에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이사회는 정 회장의 결심을 반대할 수 없는 구조다.
정몽규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회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과정에도 개입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감독후보를 올렸지만 정 회장의 의중에 따라 클린스만이 1순위 후보로 분류됐다.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클린스만이 일사천리로 선임됐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정몽규 회장은 그간 축구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곤란하다. 한국축구는 초유의 승부조작 사면과 3일만의 철회로 전세계의 비웃음 거리로 전락했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