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24, 캐롯)을 거른 삼성은 후회하고 있을까.
고양 캐롯 점퍼스는 4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86-79로 이겼다. 1승 1패로 균형을 이룬 두 팀은 6일부터 고양에서 3, 4차전을 치른다.
캐롯은 현대모비스와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5승 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에이스 전성현이 빠진 6라운드서 캐롯이 83-88로 처음 졌지만 점수 차는 크지 않았다. 이정현은 24점을 넣으며 현대모비스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전성현이 없는 상황에서 캐롯의 승산은 적었다. 캐롯은 1차전을 71-86으로 허무하게 내줬다. 하지만 이정현은 21점을 넣으면서 분전했다.
2차전도 전성현은 없었다.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이 북 치고 장구치고 다해주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며 이정현에게 기대를 걸었다.
이정현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그는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만 무려 15점을 폭발시키는 등 총 34점을 넣었다. 자신의 프로데뷔 후 최다득점을 가장 중요한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쏟아낸 것. 특히 경기 막판 게이지 프림이 지키고 있는 골밑으로 돌진해 레이업슛을 넣으며 승부를 끝낸 장면은 강심장이었다. 이정현은 환하게 웃었다.
이정현은 아마추어시절부터 착실하게 ‘랭킹 1위’ 가드를 놓치지 않으며 성장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잡은 삼성은 이정현, 하윤기, 이원석 ‘빅3’를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삼성의 선택은 이원석이었다. MVP 가드 허훈이 있는 KT 역시 하윤기를 지명해 센터를 보강했다. 3순위 오리온은 사실상 1순위인 이정현을 얻는 행운을 누렸다.
이대성과 한호빈이 있는 오리온 가드진에서 이정현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 강을준 전 감독은 “이정현은 포인트가드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그의 성장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정현은 데뷔시즌 경기당 23분 26초의 제한적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9.7점, 2.7어시스트로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당 15점을 폭발시키며 큰 무대에 강함을 증명했다.
김승기 감독의 부임은 이정현의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이대성의 현금트레이드로 이정현이 붙박이 주전이 됐다. 김승기 감독은 “무조건 30분 이상 뛰게 할 테니까 확실하게 몸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올 시즌 이정현은 경기당 34분 2초를 뛰면서 15점, 4.2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했다. 김선형, 변준형 등 MVP를 다투는 최정상 가드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록이다. 올스타급으로 성장한 이정현은 기량발전상 후보까지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15.3점, 6.4리바운드를 올린 하윤기가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하윤기는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이정현은 2021년 동기 중 가장 빛나는 활약을 하고 있다. 1순위 이원석은 올 시즌 9.5점, 6.1리바운드를 해줬지만 부상으로 39경기 출전에 그쳤다. 무엇보다 경기를 장악하는 존재감에서 이정현과 이원석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이정현은 변준형과 함께 프로농구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가드로 성장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