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경기하고 눈물 펑펑…신의 한 수가 된 외인 교체 "귀화라도 해야 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4.05 06: 00

한국도로공사의 올 시즌 결정적 터닝 포인트는 외국인 선수 교체였다. 3라운드까지 뛰었던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 요비치(24)는 어린 나이에 경험 부족으로 기복이 심했고, 도로공사의 경기력도 널뛰듯 오락가락했다. 3라운드를 마쳤을 때 도로공사는 9승9패 승점 26점으로 순위는 3위였지만 4~5위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에 1점 차이로 쫓겨 봄배구를 장담할 수 없었다. 
4라운드 시작과 함께 도로공사는 결국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냈다. 2015~2016시즌 GS칼텍스,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 V리그 경험이 2시즌 있는 캐서린 벨(30·등록명 캣벨)을 영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캣벨의 가세로 백어택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세터 이윤정의 공격 옵션이 늘며 전체적인 경기력이 안정됐다. 캣벨 특유의 하이 텐션이 침체된 팀 분위기까지 끌어올렸다. 
캣벨이 합류한 4라운드에 4승2패로 반등에 성공한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캣벨 합류 후 18경기에서 11승7패를 거둔 도로공사는 2위 현대건설을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제압한 데 이어 챔프전에서도 2연패 이후 2연승으로 대반전을 쓰고 있다. V리그 남녀부 통틀어 5전3선승제 챔프전 사상 최초로 1~2차전을 지고 3~4차전을 이긴 팀이 됐다. 만약 5차전까지 잡으면 역대 최초로 2연패 이후 3연승 역스윕 우승을 이루게 된다. 

한국도로공사 캣벨이 4세트 승리를 결정 짓는 마지막 스파이크를 성공시키고 김종민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4.04 / foto0307@osen.co.kr

한국도로공사 캣벨이 흥국생명 김연경, 김나희의 블로킹을 뚫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2023.04.04 / foto0307@osen.co.kr
3차전에 이어 4차전에도 1세트를 내준 뒤 2~4세트를 내리 잡고 역전승했다. 4차전 주인공은 캣벨이었다. 양 팀 최다 30점을 올리며 공격 성공률 43.28%로 양질의 활약을 했다. 정규시즌을 포함해 올 시즌 개인 최다 21개의 디그까지 성공하며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마지막이 된 4세트 23-22에서 연속 득점으로 경기를 끝내며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과 얼싸안고 기뻐했다. 방송 인터뷰 중 눈물이 터져 펑펑 울기도 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에서 온힘을 다 쏟아내며 인생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실을 찾은 캣벨은 4세트 23-23에서 절묘한 왼손 공격에 대해 “어떤 공이 올라오든 포인트를 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경기를 끝내는 순간 울컥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도로공사 팀에 와서 승리를 도울 수 있게 돼 감동적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라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캣벨이 득점을 올리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3.04.04 / foto0307@osen.co.kr
코트 안팎에서 감정 표현이 풍부한 캣벨은 “난 감정적인 사람이 맞다. 인터뷰 중인 지금 이 순간에도 믿기지 않는 승리다. 손가락, 무릎,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에 다시 와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좋다. 귀화라도 해서 여권을 만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며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한국도로공사 캣벨이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4.04 / foto0307@osen.co.kr
이어 캣벨은 “공격수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공격이지만 이단 연결부터 디그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의 역할도 잘하고 싶다”며 “5차전에서 우리가 우승을 한다면 유니폼을 다 찢을 것 같다. 완전히 미쳐 난리가 날 것이다”는 말로 화끈한 우승 세리머니도 예고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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