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에 기적은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연 분기점이라고 자신했고 힘든 과정을 잘 따라준 젊은 선수들을 떠올리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2-3(25-23, 25-13, 22-25, 17-25, 11-15)로 패했다.
2018-2019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르면서 누적된 피로와 주포 전광인의 부상 공백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날 세트스코어 2-0까지 앞서면서 기적을 일으키는 듯 했지만 결국 대한항공의 힘과 저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2020년, 한국전력에 센터 신영석을 내주고 세터 김명관을 트레이드로 데려오고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이 과정들을 모두 이겨내고 다시 챔피언 결정전 무대에 올랐다. 최태웅 감독은 "리빌딩 다시는 못할 것 같다"라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챔피언 결정전까지 젊은 선수들이 너무 잘 따라줬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선수들이 잘 참아줬고 잘 따라줬다. 엄지척을 해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최태웅 감독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대한항공 선수들 정말 우승 축하드린다. 힘들게 힘들게 온 것 같다. 대한항공 힘들게 우승컵 들고 갔는데 축하드린다. 현대캐피탈 세대교체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트레이드로 리빌딩 시작됐는데?
그러면 좋겠지만 플레이오프 챔프전 모두 어린 선수들이 제 생각보다 부담감 덜 갖고 있었다. 경기력도 더 향상된 것이 보였다. 아쉽긴 하지만 저는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
-아쉽지만 후련한 느낌이 드는 듯 했는데?
의외로 우리 팀 선수들이 리그 때보다 경기력이 좋아졌다. 그래서 제가 욕심을 낸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끝까지 들었다.
-우승 확정되고 한선수 선수와 포옹했는데
수고했다고 축하한다고 얘기를 전해줬다. 첫 우승 때 한선수 선수가 눈물 흘린 것 기억하는데, 한선수가 팀을 리드하고 기준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최고의 세터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테랑 선수들이 눈물을 보였는데?
저도 눈물이 났지만 참았다. 나이가 들면서 경기를 뛰고 싶은 욕망이 많은데 그런 게 표현된것 같다. 그래도 광인이 없는 가운데 문성민 박상하가 잘 잡아줬다. 그래서 플레이오프에서 어려운 고비 넘겼고 오늘까지도 선수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 같다.
-김선호와 박상하의 선발 기용?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였다. 15명 모두 기용을 하면서 모든 전략과 전술을 다 해봤다. 그것을 선수들이 생각만 갖고 안됐는데 선수들이 따라해줬다. 챔프전까지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현대캐피탈 우승하고 리빌딩 했는데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자면?
다시는 못할 것 같은 리빌딩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어린 선수들도 계속 형들과 비교됐기 때문에 힘든 과정이 많았다. 올시즌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지난 2~3년은 그래도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제는 세대교체를 한 현대캐피탈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싶다.
-다음 시즌 보완해야할 것은?
오레올이 떠날 것 같다. 트라이아웃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내일 하루 쉬고 영상을 봐야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온 것을 앞으로 국가대표 무대 등을 나가서 성장하는 길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함께 했던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엄지척 해주고 싶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저 또한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그 스트레스가 표현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모두 참아줬다. 재밌게 하는 모습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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