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끼 있는 선수를 좋아하는데…오랜만에 봤다.”
벼랑 끝 한국도로공사를 구한 선수는 신인 이예은(19)이었다. 제천여고 출신으로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에 도로공사 지명을 받은 이예은은 정규시즌에 5경기 총 9세트밖에 뛰지 않았다. 그런데 큰 경기에서 깜짝 스타로 떠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때부터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돼 분위기를 바꾸는 조커 역할을 하고 있다. 챔프전 1~2차전에서 흥국생명에 2연패하며 벼랑 끝에 몰린 도로공사가 3차전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부터 경기 흐름을 가져온 데에도 이예은이 있었다.
2세트 20-20 동점 상황에서 교체 투입된 이예은의 서브가 분위기를 바꿨다. 평소 짧은 서브를 구사했지만 허를 찔러 길게 넣은 서브가 라인에 살짝 걸쳤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리시브 실패를 이끌어낸 서브 에이스였다.
이예은의 서브 타임 때 연이어 득점한 도로공사가 25-21로 2세트를 따내며 흐름을 탔다. 이예은은 3세트에도 20-21에서 교체 투입돼 짧고 길게 서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흥국생명 리시브를 흔들었다. 22-21에서 김미연에게 목적타로 결정적인 서브 에이스를 성공, 도로공사가 3세트도 25-22로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4세트까지 가져간 도로공사는 세트 스코어 3-1로 역전승, 챔프전 2연패 이후 첫 승으로 기사회생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이예은이 어떤 서브를 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캐치를 잘하지 못해 부끄럽다. 그 부분을 분석하고 다음 경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막지 못한 이예은 서브를 인정했다.
이어 인터뷰실에 들어온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이예은 이야기에 함박 미소를 지었다. “똘끼 좀 있고, 큰 경기에 강한 선수를 좋아하는데 그런 유형의 선수를 오랜만에 봤다”고 말한 김 감독은 “앞으로 굉장히 기대되는 선수다. 신장(175cm)이 작아 공격적으로는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센스나 수비, 서브 능력이 괜찮다. 앞으로 지켜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베테랑 선수들도 이예은을 높이 평가했다. 박정아는 “우리 팀에서 별명이 금쪽이”라고 소개한 뒤 “큰 경기인데 긴장하는 모습 없이 들어와서 제 몫을 잘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배유나도 “팀에 처음 왔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연습을 같이 많이 못했지만 감독님이나 선수들이 요구하는 서브나 포메이션을 잘 알아듣는 스타일이다. 작전 수행을 잘하는 친구라 감독님도 큰 경기에 믿고 넣으신 것 같다”고 막내를 치켜세웠다.
이예은은 “긴장되진 않았다. 언니들이 밝은 표정으로 ‘네 할 것만 하라’고 웃으면서 말해줘 떨지 않고 할 수 있었다”며 “고등학교 때와 비교해 장소, 환경만 다를 뿐 경기를 뛰는 건 똑같다. 언니들한테 중요한 경기이니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한다. 초등학교 때 응원하고 존경했던 언니들과 같이 하고 있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인천으로 가자”고 외치며 챔프전을 최종 5차전이 열리는 인천까지 이어가겠다는 패기도 보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