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준(21, 강원)이 안면 보호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투혼을 불사르고도 동료들에게 사과를 건넸다.
강원FC는 2일 오후 4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5라운드에서 수원 삼성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첫 승 신고에 실패한 강원은 3무 2패, 승점 3점으로 10위에 머물렀다.
강원은 전반 추가시간 2분 바사니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28분 김진호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강원은 이후로도 측면 공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역전 기회를 노렸으나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첫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반가운 얼굴이 돌아왔다. 바로 지난달 11일 대구전에서 코뼈가 부러졌던 양현준이다. 그는 전반 36분 안면 보호 마스크를 낀 채 교체 투입됐다.
약 한 달 만의 복귀전이었지만, 양현준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그는 절묘한 뒷공간 침투와 저돌적인 돌파로 계속해서 수원 수비를 괴롭혔다. 다만 잘 만들어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양현준은 경기 종료 직전 극장골 기회를 맞았지만, 부정확한 마무리로 아쉬움을 삼켰다. 그는 수비 뒤로 빠져나간 뒤 침착한 접기로 수비를 따돌렸으나 마지막 슈팅이 빗맞고 말았다. 양현준도 골문 옆으로 빗나가는 공을 보며 그대로 털썩 드러누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양현준은 "찬스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 해결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많이 실망했다. 팀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라며 무겁게 입을 뗐다.
몸 상태는 어떨까. 양현준은 "대구전에서 코뼈와 발목을 같이 다쳤다. 코뼈는 그렇게 신경 쓰이진 않는데 발목 쪽은 좀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그렇게 크게 지장 있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양현준은 실전에서 처음 착용한 마스크가 많이 불편한지 후반전 아예 벗고 경기를 펼쳤다. 그는 "시야 같은 부분은 극복할 수 있겠는데, 꽉 끼다 보니까 숨이 잘 쉬어지더라. 타이트하다 보니 좀 힘들어서 벗었다"라며 "다음 경기에서는 상태를 봐서 착용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바라보는 최용수 감독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기 후 "보는 내가 답답했다. 마스크로 인해 판단이 늦어지는 것 같더라. 그래서 벗는 게 낫지 않겠냐고 부드러운 말로 얘기했다. 이후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정말 부드러운 말투였을까. 양현준에게 묻자 그는 "감독님께서 굉장히 부드럽게 얘기하셨던 것 같다. 감독님 특유의 사투리 말투로 '벗는 게 안 낫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셨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양현준은 이번 부상으로 지난달 2023 도하컵 U-22 친선대회를 치른 황선홍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그는 동료들의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양현준은 "나도 가고 싶었는데 코와 발목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정말 아쉬웠다. 나도 도하에 가서 도움이 됐다면 스스로 많이 성장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이어 양현준은 "아쉽기도 하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팀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눈도장을 찍어야 황선홍 감독님께서 불러주실 것이다. 팀에 더 집중하도록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양현준의 결정력을 지적했다. 그는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무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살릴 수 있느냐가 차이인데 보여주기에서 끝났다. 그래도 컨디션이 올라온 것은 확인했다"라며 채찍질을 잊지 않았다.
양현준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끝나고 계속 그런 식으로 마무리를 못 하면 평범한 선수밖에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100번 맞는 말씀"이라며 "작년부터 결정력이 문제였는데 아직까지 보완이 안 됐다. 결정력을 더 보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양현준은 너무 조바심 내지 않고 경기력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끝나고 미팅을 했는데 점점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셨다. 또 형들도 감독님도 첫 승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하던 걸 하면 첫 승은 저절로 따라올 거라고 얘기해주셨다. 그렇게 얘기해주시니까 조금씩 경기력을 되찾아가는 것 같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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