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는 역시 세계 축구계를 새롭게 이끌고 나갈 으뜸 골잡이임이 틀림없었다. 21세기 세 번째 10년 주기(2021~2030년) 득점 순위에서, 마침내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시대를 잘못 만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에게 다시 한번 ‘2인자’ 설움을 안기며 맨 앞에 나섰다.
지난달 하순 A매치 기간에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 예선은 음바페를 주인공으로 올려놓은 무대였다. 호시탐탐 선두를 노리던 음바페는 처음으로 뜻을 이루고 대소(大笑)를 터뜨렸다.
2년여간 독주하던 레반도프스키는 조연으로 밀려났다. 2021년 3월 6일(이하 현지 일자) 선두에 나선 이래 단 한 번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며 홀로 내달리던 기세가 꺾였다. ‘신계의 두 사나이’인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에게 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던 한을 다시금 곱씹어야 할 고비에 맞닥뜨렸다.
네덜란드전 폭발 음바페, ‘골 침묵’ 레반도프스키와 순위 맞바꿔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는 3월을 보내며 마지막 날(31일)에 의미 있는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금세기 세 번째 10년 주기 최다 득점 순위를 집계해 내놓은 이 발표에서, 격랑이 일었다. 음바페가 24개월 동안 난공불락이었던 레반도프스키의 아성을 허물어뜨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음바페는 51-56-13골(2021~2023년)을 엮어 맨 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활약한 무대별로 보면, ▲ 리그(NL) 62골 ▲ 컵대회(NC) 17골 ▲ 국제 클럽 대항전(ICC = International Club Competitions) 19골 ▲ 국가대표팀(NT = National Team) 간 경기 22골을 각각 뽑아냈다(표 참조).
IFFHS는 ▲ 각국 리그(NL = National League) ▲ 각국 컵대회(NC = National Cups) ▲ 국제 클럽 대항전 ▲ A매치를 통틀어 골 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겼다.
레반도프스키는 2골 차로 선두를 내줬다. NL 74골, NC 6골, ICC 23골, NT 15골로 모두 118골이었다. NL과 ICC에선, 음바페를 앞섰다. 하지만 NC와 NT에서, 음바페에게 뒤졌다.
지난해까지 음바페는 레반도프스키의 선풍에 휘말려 좀처럼 선두를 넘볼 수 없었다. 2022년이 끝났을 때, 2년간(2021년~) 최다골 사냥의 영예는 레반도프스키의 몫이었다. 111-107골로, 네 걸음 차였다. 100골 고지 최초 등정 주인공도 레반도프스키였다. 스페인 라리가 2022-2023시즌 5라운드 카디스전(9월 10일·누에보 미란디야)에서, 후반 20분 추가골을 뽑아내 1년 253일 만에 가장 먼저 100골 고지를 밟은 바 있는 레반도프스키다.
그러나 2023년 들어 3개월이 흐르며, 양상이 바뀌었다. 음바페는 13골을 터뜨렸다. 반면, 레반도프스키는 7골을 더하는 데 그쳤다.
역전의 무대는 유로 2024 예선이었다. 그룹 B 네덜란드전(3월 24일·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음바페는 2골을 터뜨려 대승(4-0)을 이끌며 단숨에 2걸음 차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보다 13일 전, 음바페는 레반도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전을 눈앞에 뒀었다. 프랑스 리그 1 스타드 브레스투아 29전(11일·스타드 프랑시스 르 블레)에서, 종료 직전(후반 45분) 결승골(2-1 승)을 낚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채비를 마친 바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최근 ‘침묵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달 보름이 되도록 골과 연(緣)을 맺지 못했다. 지난 2월 16일 열린 UEFA 유로파리그 2022-2023시즌 32강 2차전(올드 트래퍼드·1-2 패)에서, 페널티킥 선제골(전반 18분)을 기록한 뒤 단 한 골도 추가하지 못했다.
이런 페이스라면, 레반도프스키는 쫓아감보다 쫓김을 더 의식해야 할 듯싶다. ‘괴물’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 놀라운 폭발력을 앞세워 빠르게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홀란은 올해 가장 많은 골(15)을 잡아내며 선두를 넘보는 가파른 상승세를 뽐내고 있다.
연부역강의 음바페가 역전의 기세를 살려 그대로 내달릴까, 아니면 노익장의 열정을 불사르는 레반도프스키가 재역전의 묘미를 연출할까? 무척 볼 만한 득점 경쟁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