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면 전면 철회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의식은 크게 갖고 있지 않다. 바로 대한축구협회 이야기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건을 전면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이사회 직후 "이번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 축구 팬과 국민께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와 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KFA는 지난 28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한 바 있다.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중 축구협회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2명을 제외한 48명도 포함돼 있었다.
KFA는 지난달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면 의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은 이후에도 비난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사흘 만에 이사회를 다시 열어 재심의에 나섰고 결국 전면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전면 철회라고 하지만 헛발질은 여전하다. 정 회장이 내놓은 입장문을 살펴보면 여전히 문제 의식을 크게 갖고 있지 않다.
정몽규 회장은 "10년 이상 오랜 세월 그들(승부조작 가담자)이 충분히 반성했고 죗값도 어느 정도는 치렀으니 이제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떠냐는 일부 축구인의 건의를 계속 받아왔다. 해당 선수들만 평생 징계 상태로 묶여있게 하기엔 이제 예방 시스템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히 하는 게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구의 경우 승부조작은 더이상 검토할 수 없다.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관련 사면 여론이 나왔지만 결국 논의 끝에 영원히 재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정 회장의 이야기 중 '계몽'에 대해 승부조작은 포함되지 않는다. 스포츠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인 공정과 경쟁을 완전히 뒤집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승부조작 사범들이 이미 축구 꿈나무들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 조차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KFA가 반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축구와 스포츠의 기본 명제를 무시한 이들이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을 지도했는데 KFA는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제명만 했을 뿐 무의미한 제재만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용'을 꺼낸 것은 제 얼굴에 침뱉기다.
또 정몽규 회장은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승부조작 가담자를 비롯한 징계 대상자들이 지난 날 과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한국 축구에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 축구 수장으로 할 수 있는 소임이라 여겼다"라고 설명했다. 축구의 기본을 망친 이들에게 축구를 통해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은 더 명분이 없다. 오히려 축구와 스포츠 관련 업무에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우리 축구를 위한 길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며 긴급 이사회를 통해 KFA는 사면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믿음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10bir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