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징계 사면권 재심의 임시 이사회가 열렸다.
지난 28일 대한축구협회(KFA)에서 발표한 징계 중인 축구 100인에 대한 ‘기습 사면 조치’에 대해 거센 비난이 쏟아지면서 재심의를 결정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3.03.31 /ksl0919@osen.co.kr
사과문이지만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빠졌다.
KFA는 31일 오후 4시 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징계 사면 건에 대한 재심의 이사회 결과에 대해서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 전면 무효화"라고 발표했다.
앞서 KFA는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맞대결을 한 시간 앞둔 28일 오후 7시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KFA가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KFA의 결정에 팬들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KFA가 사면 이유를 "창립 90주년을 맞이했고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빛나는 성과를 축하하고 새 출발하는 시점에서 축구계 대통합을 고민했다"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KFA는 "오랜 고민 끝에 이들이 이미 국가의 처벌을 받았으며 긴 시간 동안 징계를 받으며 많은 반성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프로축구 현장에서 선수 및 지도자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다만 이들에게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다시 한 번 주기로 한 결정을 이해해달라"라며 호소했다.
이에 팬들은 수많은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고 결국 KFA는 이를 재심의 끝에 전면 철회를 선언했다. 사실 철회는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 대한체육회와 프로축구연맹의 전면 반대를 떠나서 팬들의 반응이 매우 비판적이었다. 이전 감독 선임서 나온 반대 여론과 달리 자칫하면 도화선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여론이 거쎄게 불타올랐다.
단 철회로 불붙은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다. KFA의 제대로 된 헛발질로 인해서 이미 축구 팬들과 관계자 사이에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의문 하나가 자리 잡게 됐다. 바로 이번 철회 사면을 대체 '누가' 건의했으며 '누구를' 풀어주기 위해서고 '대체 왜' 하려나는 것이다.
KFA와 정몽규 회장은 이번 철회 과정 내내 "일부 축구인들의 건의를 받아서 추진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사면을 추진한 100인에 대해서 "각종 비위 행위로 제명당한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으로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이라고만 언급했다.
대중들은 말할 것도 없는 졸속 날치기 사면도 사면이지만 이런 일이 벌어진 전체적인 과정과 이유, 그리고 주동자에 대해 해명하길 요구하고 있다. KFA가 사면을 결정한 것처럼 내세우는 이사회가 들러리라는 것은 이제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루과이전 당일 여러 이사들은 사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참석했다. 이들조차 사면 100인의 명단은 문서로 제공된 것이 아니라 설치된 전자 기기를 통해 그 자리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추후 취재진이나 언론 유출을 막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풀이된다.
정몽규 KFA 회장은 사면 철회를 발표하면서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미쳐 알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사회를 비공개로 진행한 상황에서 사면 100인의 명단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도 않으면서 사건을 종결시키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팬들의 불길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누가 이번 사면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진행시켰으며 단순한 승부 조작 48인이 아닌 나머지 52인의 죄상과 개개인 명단을 알고 싶어한다. 또한 대체 왜 정몽규 회장이 그런 건의를 받아들였는지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비공개 이사회와 취재진의 질의를 거절하고 일방적인 사과문 발표로 끝내려는 KFA가 되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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