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20세 이하(U-20) 월드컵 유치권을 박탈당했다. 인도네시아 U-20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53) 감독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30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의 2023 U-20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했다. 가능한 한 빠르게 새 개최국을 찾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대회는 오는 5월 20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51일을 앞두고 상황이 뒤바뀌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치적 혹은 종교적인 문제로 해석된다. 인도네시아는 형제국 팔레스타인 탄압 문제 때문에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하다. 최근 인도네시아 강성 이슬람 단체가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납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까지 했다. 결국 FIFA는 선수단 보호를 위해 개최지 변경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 감독은 크게 낙심한 모습이었다. 30일 CNN인도네시아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 따르면 그는 "가슴 아프고 나도 기분이 착잡하고 힘든데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까 싶다. 짧게는 3년 반을 준비한 월드컵이다. 어린 선수들이 크게 성장하고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기회였는데 개최되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린 선수들 꿈과 희망이 사라져서 가슴 아프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U-20 월드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려서 가슴 아프다. 힘들어서 그 외에는 할 말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선수들도 눈물 흘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도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우리가 이번에 우즈베키스탄에서 경기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예선 통과 그 이상을 바라보고 준비했다. 선수들 실망감이 엄청나게 크다.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향후 계획도 꼬였다. 신태용 감독은 "일단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다. 축구협회장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선수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이 주목적이다. 훈련량은 분명 줄어들 것"이라며 "부회장님께 개최권 박탈과 별개로 대회 출전은 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훈련하면서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태용 감독은 U-20 대표팀뿐만 아니라 A대표팀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월드컵 이후로는 6월 A매치부터 대표팀에 모든 것을 올인해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에 대비하겠다. 동남아 축구에 한 획을 긋기 위해 조심스레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올해로 인도네시아 대표팀과 계약이 만료된다. 내년 초에 열리는 아시안컵을 지휘하기 위해서는 계약 연장이 필요한 상황. 그는 연장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직 그 부분은 전혀 이야기된 바가 없다. 현재로서는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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