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카타르 월드컵 16강 성과, 한국 축구 흥행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KFA는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맞대결을 한 시간 앞둔 28일 오후 7시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KFA가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팬들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KFA가 사면 이유를 "창립 90주년을 맞이했고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빛나는 성과를 축하하고 새 출발하는 시점에서 축구계 대통합을 고민했다"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우선 2022 카타르 월드컵의 16강 성과와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들의 사면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대체 프로축구 승부조작과 대표팀의 월드컵의 좋은 성적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행위이자 범죄 행위다. KFA는 "오랜 고민 끝에 이들이 이미 국가의 처벌을 받았으며 긴 시간 동안 징계를 받으며 많은 반성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프로축구 현장에서 선수 및 지도자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다만 이들에게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다시 한 번 주기로 한 결정을 이해해달라"라며 호소했다.
하지만 '이해해달라'라는 말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팬들에게 명확한 이유를 들어 설명해야 하는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킥오프 불과 한 시간 전에 '날치기'로 발표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는 선발 라인업이 발표된다. 이후에는 득점, 전반전 결과, 경기 결과 등 경기 내용의 기사가 쏟아진다. 자연스럽게 묻힐 수 있는 타이밍이다.
카타르 월드컵의 좋은 성적은 K리그 흥행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의 이번 친선전 2경기 역시 모두 매진되며 '축구 열풍'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각 구단은 월드컵 흥행에 힘입어 2023시즌 리그 발전과 흥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관중들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경기장으로 향하며 선수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승부조작의 당사자인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면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FA는 이번 사면을 밀어붙였고 결국 스포츠 존재의 근간을 흔들었던 승부조작범들을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사면했다. 월드컵 흥행을 이유로 축구계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월드컵 흥행과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은 KFA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