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체력까지 아낄 줄 알아요. 전기자동차처럼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쓰고, 충전했다가 또 쓰고."
'데뷔 12년 차' 베테랑 김선형(35, 서울 SK)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SK는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DB에 86-75로 승리했다.
마음껏 웃지는 못했다. SK는 같은 날 울산 현대모비스를 제압한 창원 LG에 골득실에서 밀리며 아쉽게 3위를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6라운드 9전 전승을 달리는 기염을 토하며 시즌 36승 18패를 기록하고도 4강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그럼에도 '플래시 썬' 김선형은 반짝였다. 그는 25점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DB 수비를 마음껏 휘저었다. 베테랑 최부경과 자밀 워니도 각각 19점 11리바운드, 18점 9리바운드를 올렸지만, 승리의 1등 공신은 단연 김선형이었다.
김선형은 생애 처음으로 어시스트왕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 시즌 경기당 어시스트 6.8개를 기록하며 2위 이선 알바노(DB)와 3위 변준형(KGC)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그야말로 MVP 후보다운 압도적 활약이었다.
경기 후 전희철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모든 선수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 같다. (김)선형이도 본인 공격과 어시스트 능력, 시야가 더 좋아졌다"라고 극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희철 감독은 "선형이를 신인 때부터 계속 봤다. 1번을 맡기면서 불안한 느낌이 매년 있었다. 본인 스피드만 믿고 너무 달리기만 한 것 같다"라며 "그런데 올해는 정말 강약 조절을 하면서 평균 30분 정도(30분 32초)를 뛰었다. 이제 체력까지 아낄 줄 안다. 전기자동차처럼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쓰고, 충전했다가 또 쓰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전희철 감독 마음속 MVP는 김선형이었다. 그는 MVP 이야기가 나오자 "팔이 안으로 굽는 걸 떠나서 변준형과 김선형 중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운을 떼더니 어느새 "다른 가드들에게는 패턴 지시를 하는데 선형이한테는 거의 안 한다. 본인이 뛰면서 우리가 뭐가 잘 되고 있는지 잘 안다. MVP로서 손색없다고 생각한다. 받아야 한다"라며 힘줘 말했다.
실제로 김선형은 데뷔 시즌 이후 처음으로 54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이제 두 번째다. 그만큼 내게는 올 시즌이 큰 의미가 있다.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부상 없이 모든 경기에 뛴다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 가치가 올라가는 일이다. 앞으로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어시스트 1위 기록도 의미가 남다르다. 김선형은 소감을 묻는 말에 "제일 먼저 동료들한테 고맙다. 그만큼 동료들이 슛을 잘 넣어줬기에 1위를 할 수 있었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시즌"이라고 답했다.
아직도 더 강해지고 있는 김선형은 이제 PO만을 바라본다. 그는 "정규리그 6라운드 때보다 더 집중력을 가져야 할 것 같다. PO는 굉장히 타이트하고 최대치에 달한 전투력으로 치르는 무대다. 작은 것 하나가 승부를 가른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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