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 사태가 결국 약속했던 마감기한까지 왔다.
KBL이사회는 지난 24일 “캐롯이 31일 오후 6시까지 가입비 미납분(10억 원)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박탈한다”고 통보했다.
캐롯 측은 “31일까지 가입비를 납부하겠다. 납부가 어려워지더라도 플레이오프 운영 및 리그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에 공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KBL은 이미 31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김승기 감독과 이정현이 참석한다고 공지했다. 30일 오후 4시에는 한 시즌을 결산하는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린다.
KBL 정규리그는 29일 막을 내렸다. 캐롯은 최종 5위로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캐롯이 가입비를 내지 않아 대진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캐롯 때문에 리그운영은 이미 파행이다. 잔칫집이 돼야 할 시상식 분위기까지 망칠 위기다. 캐롯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시상식 전에 가입비 납부 여부를 발표해야 한다.
KBL은 이미 공식홈페이지에서 현대모비스와 캐롯이 4월 2일부터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만약 캐롯이 가입비를 내지 못할 경우 현대모비스의 6강 상대가 캐롯이 아닌 6위 KCC로 바뀌는 희대의 코미디가 발생한다. 캐롯은 리그운영에 차질을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피해를 주고 있다.
캐롯이 30일 가입비를 납부해도 문제다. 10억 원을 며칠 먼저 융통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에 문제가 많은 주체가 프로농구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캐롯의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용빈 회장은 29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캐롯은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구단 매각을 추진 중이다.
캐롯 농구단 관계자 및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미 수 개월째 이어진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다. 회사의 약속을 믿고 고통을 감내하고 있지만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약속된 임금 지급일이 계속 밀리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도 완전히 깨졌다.
당장 캐롯이 가입비를 마련하더라도 임금체불까지 동시에 해결할 자금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롯 관계자는 “회사가 임금체불보다 가입비문제부터 먼저 해결할 것이다. 가입비를 내지 못하면 팀으로서 지위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라 전했다. 캐롯이 플레이오프에 가더라도 구성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한 채 계속 일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내부자들도 한계에 달했다. 허재 대표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갔다.
A관계자는 “당장 내야 할 공과금과 생활비가 있다. 일단 주식을 팔아서 해결했다. 허재 대표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고 했다.
B관계자는 “월급이 들어오지 않아 수년간 부었던 적금을 깼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구단이 가입비보다 임금체불 문제부터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C관계자는 “KBL이 너무한 것 아닌가. 일단 플레이오프부터 뛰게 해주고 자금 문제는 시즌 뒤에 해결해도 됐을 것”이라며 이사회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캐롯 팬들은 “플레이오프 직관을 가야 하는데 왜 아직도 가입비 납부 소식이 없나?”, “어려운 상황에서 5위를 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전성현은 플레이오프에 가도 나오기 어렵나”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