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의 기습적인 사면 논란에 '축구팬' 손수호 변호사도 발끈하고 나섰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팬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손수호 변호사는 29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승부 조작은 프로 스포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여,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무너뜨린다"면서 "그러나 승부조작만 바라보면 안 된다. 현혹되지 말고, 사면된 100명 전체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변호사는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는 스포츠 팬이다, 축구 팬이다, 한국 축구 관심 가져달라 이렇게 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매우 힘들어졌다"면서 "이번 사면은 팬들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부끄러움은 팬들의 몫이다. 참담하다"고 씁쓸해 했다.
손 변호사의 이 글은 전날(28일) 오후 7시 경 대한축구협회가 기습적으로 단행한 축구인 사면 조치 의결에 대한 비판이다. KFA는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KFA는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면서 "협회가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만"이라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인 '이스타 TV'에도 출연해 KFA의 사면 발표에 "미친 것 같다. 승부조작을 사면해줬다. 그 중에 살리고 싶은 한 명이 있었나 보다. 누구를 사면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다 정신을 놓은 것 같다. 승부조작을 하라는 것 아닌가. 무슨 생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실제 KFA의 이번 사면 조치는 그 대상과 시기, 방법, 명분 등 어느 것 하나 축구 팬들을 수긍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면 대상자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우루과이와 A 매치 킥오프 1시간 전에 발표돼 우루과이와 A 매치에 쏠려 있는 언론과 팬들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
더구나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동떨어진 사면 명분을 내세웠다.
또 "승부조작 경우에도 비위 정도가 큰 사람은 사면 대상에서 뺐다"면서 "이번 사면이 승부조작에 대한 협회의 기본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셀프 해명까지 내놓았다.
K리그는 올해 카타르 월드컵 효과와 코로나 팬데믹 완화에 따른 여파 속에 관중몰이를 하고 있다. K리그1은 승강제 도입 후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KFA는 팬들의 실망을 자처하면서 아쉬운 판단을 하고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