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뛰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협회가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만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비위행위를 저지른 모두가 사면된 것은 아니다. 제명 징계는 징계효력 발생일로부터 7년, 무기한 자격정지 및 무기한 출전정지는 5년, 유기한 자격정지 또는 출전정지는 징계처분기간의 절반 이상이 경과된 이들만을 검토대상으로 삼았다. 성폭력과 성추행 등의 성범죄, 승부조작 가담자 중 비위 정도가 큰 경우는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그런데 사면의 이유가 의외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의 성과가 사면의 이유였다. 축구계의 화합이라고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대상자들이 포함된 2011년 승부조작 사건은 프로축구를 넘어 축구계 근간을 흔들었다. 일부 구단 선수들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것이 K리그 전 구단으로 퍼졌다. 특히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선수들도 포함됐다. K리그 주축 선수들이었다.
특히 승부조작, 부정행위 근절을 위한 K리그 전체 워크샵에서 대상 선수가 자신있게 연류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K리그 구단 선수와 코치진 그리고 사무국 임직원 등이 모두 참여한 자리에서도 거짓말을 하며 결백을 주장했던 그 였지만 결국 사과했다.
당시 K리그를 이끌던 수장이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다. 정 회장은 프로축구연맹 총재로 당시 사건을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 사면 이유가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며 축구계 화합을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에 사면 대상자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할 수 없다. 오히려 환골탈태 후 일어선 축구계가 만든 성과다. 피, 땀, 눈물을 흘려가며 후배들이 만든 성과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이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승부조작 당시 가장 많은 선수들이 연루돼 후폭풍을 크게 겪은 대전의 골키퍼 최은성은 경기 후 "살려고 뛰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백전노장의 골키퍼가 팬들께 나서 울며 사과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의 이번 사면 결정은 축구 그리고 스포츠를 우습게 생각하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 10bir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