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 마요르카)과 페데리코 발베르데(26, 레알 마드리드)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전투적인 대결은 없었다. 오히려 이강인의 탈압박, 킥 능력이 돋보여 두 선수의 대결 구도는 어느새 뒷전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치러 1-2로 패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첫승'은 불발됐다. 앞서 지난 24일 한국은 울산에서 콜롬비아와 맞붙어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이강인은 선발 출격했다. 앞서 콜롬비아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약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는 이번엔 선발 자원으로 선택받았다.
이강인이 A대표팀 경기에 선발 출격한 것은 지난해 12월 3일 2022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과 H조 조별리그 3차전 이후 2경기 만이다. 당시 이강인은 '장점' 킥 능력으로 한국의 12년 만 원정 16강에 일조했다.
카타르월드컵 전 약 1년 반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속 대표팀에서 멀어져 있던 이강인이다. 그러나 클린스만으로 사령탑이 바뀌자 곧바로 '선발 자원' 선택지 안에 들었다.
우루과이와 경기 전부터 발베르데와 이강인의 '중원 싸움' 재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발베르데는 카타르월드컵 한국전에서 이강인을 향한 태클이 깔끔하게 들어가자 ‘어퍼컷’을 날리며 포효했다. 도발로 읽히기 충분한 장면이었다. 두 선수가 이날 그라운드 위에서 다시 만난 것이 주목받은 이유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강인과 역시나 선발로 나선 '주장' 발베르데가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강인을 호아킨 피케레즈, 조나단 로드리게스가 적극적으로 마크했다.
어느새 이강인과 발베르데 대결 구도에 대한 시선은 '이강인의 능력'으로 옮겨갔다. 이강인은 전반 내내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무력화시켰다.
한국은 전반 초중반까지 우루과이에 끌려갔다. 전반 9분 코너킥 위기에서 세바스티안 코아테스에게 헤더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때 코너킥을 올린 선수가 바로 발베르데였다.
초반 기선제압에서 밀린 이강인은 전반 중후반 미친 듯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자신을 집중마크한 피케레즈와 로드리게스를 개인기로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먼저 전반 24분 이강인은 좌측면에서 회심의 슈팅으로 답답했던 한국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분 뒤엔 박스 오른쪽 모서리 바로 앞에서 수비 두 명 사이로 슈팅을 날렸다. 아쉽게 공은 골키퍼 품으로 향했다. 전반전에서 나온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전반 37분 이강인의 움직임이 압권이었다. 그는 우측면에서 무려 우루과이 선수 4명을 지워냈다. 1차적으로 피케레즈를 탈압박으로 요리한 뒤 나머지 3명이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는 크로스를 올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왼발잡이' 이강인이 주발이 아닌 오른발로 공을 올렸단 것이다. 이기제의 슈팅까지 나왔지만 공은 골대를 주먹 하나 차이로 빗나갔다.
이강인의 활약은 계속됐다. 전반 40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창의적인 전환 롱패스를 내주기도 했다. 2분 뒤에도 그는 수비 3명을 몰고 다니며 반칙을 이끌어냈다.
후반전에도 이강인의 발끝은 식을 줄 몰랐다. 이강인은 비록 득점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화려한 탈압박과 개인기 능력으로 클린스만 감독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또 '탈압박' 능력으론 발베르데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발베르데는 코너킥으로 우루과이의 결승골을 도왔지만 이외 눈을 사로잡는 모습은 크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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