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참으로 딱 들어맞는 속담이다. 토트넘 홋스퍼 구단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결별을 보노라면 절로 떠오르는 언속(諺俗)이다. 풍설처럼 떠돌던 별리(別離)는 결국 사실로 나타났다.
2022-2023시즌이 종반으로 갈수록, 구단과 콘테가 서로 갈라서리라는 소문이 바람결에 실려 널리 퍼져 나갔다. 급기야 지난주 A매치 기간이 시작되면서, “콘테가 토트넘을 떠났다”라는 말이 거의 정설처럼 터져 나왔다.
사실이었다. 토트넘 구단은 지난 26일 늦은 밤(이하 현지 일자), “안토니오가 떠났다(Antonio departs)”라는 제하의 뉴스를 누리집 머리기사로 올려놓았다.
이 기사에서, 토트넘은 “콘테 감독이 구단과 상호 합의(mutual agreement)를 이루고 떠났다”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토트넘은 “콘테 감독의 공헌에 감사드리며 그의 미래를 기원한다”라고 덕담을 덧붙였다.
과연 콘테 감독은 구단과 원만하게 합의하고 스스로 사령탑에서 내려왔을까? 양 당사자의 뜻이 일치했다면, 구태여 시즌 중에 팀을 떠나는 모양새를 취해야 했는지 모르겠다. 콘테 감독은 원래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약한 바 있다.
공식 발표 시점도 의아함을 증폭시킨다. 휴일인 주말 한밤중(밤 10시 20분)에 결별을 ‘공표’한 점은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목이 쏠릴 월요일 아침 시간을 피해 부랴부랴 서둘러 발표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짙게 든다.
레비 회장, 22년간 15명 감독 중 13명 시즌 중 교체 극약 처방 남발
콘테 감독은 미련 없다는 듯 물러났다. 토트넘을 지휘한 마지막 경기가 된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3월 18일)이 어이없이 무승부(3-3)로 끝나자, 선수들을 거센 어조로 강하게 질책했던 대목과 맥이 이어지는 것 같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 자리임에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였음은 이미 헤어짐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보인다.
어쨌든 결론은 ‘몌별(袂別)’이었다. 구단이 원했든, 자신이 뜻했든, 콘테 감독은 토트넘과 함께한 1년 4개월여의 여정을 끝냈다.
그러나 토트넘엔, 좀처럼 벗어던지기 힘든 멍에가 씌워졌다. “시즌 중 감독 교체의 극약 처방을 남발한다”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에겐 더욱 세찬 비판 공격이 쏟아질 듯하다.
팀이 고비를 맞으면, 레비 회장은 시즌 중임에도 감독 교체를 묘방처럼 즐겨 처방했다. “강을 건널 때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라는 건 예부터 군사 방략의 중요한 맥이었는 데도 말이다.
2001년, ENIC 그룹이 토트넘을 인수하면서, CEO에 오른 레비 회장은 지난 22년간 시즌 중 감독 교체를 ‘조자룡 헌 칼 쓰듯’ 남발했다. 이 기간에,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모두 15명이다. 이 가운데 시즌을 마치고 물러난 감독은 단 2명(데이비드 플리트, 해리 레드냅)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비록 대행이었을망정 클라이브 앨런 감독은 희생양을 면치 못했다. 두 번(2007년 10월 25~27일, 2008년 10월 25~26일)의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끈 기간이 단 5일(일수 기준)에 불과하다. 생각조차 하기 힘든 엄청난(?) 기록이다.
레비 회장이 가장 오래 사령탑에 앉혔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시즌 중 교체 운명을 피해 가지 못했다. 5년 6개월간 토트넘을 지휘했던 포체티노 감독이 팀을 떠난 시기는 2019-2020시즌이 개막한 지 3개월 정도밖에 흐르지 않은 2019년 11월 19일이었다.
'스페셜 원(Special One)’이라고 자부하는 주제 무리뉴 감독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2021-2022시즌이 한창 막바지로 치달을 때인 2022년 4월 19일에 해임됐다. 세계적 명장으로 평가받았건만, 재임 기간은 1년 5개월에 그쳤다.
“아니 때린 장구 북소리 날까?” 시간이 흐르면, 막후의 이야기가 베일을 벗음으로써, 진상이 드러날 게 확실하다. 정말 상호 합의였을까? ‘해임’이라는 모양새만 피하지 않았나 모르겠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