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캐니언’ 김건부의 미친 듯한 ‘카정’으로 인해 아예 먹을꺼리 조차 사라진 상황. 10분이 좀 넘었지만, 포탑은 미드 2차까지 밀려 버렸다. 20분도 안돼 글로벌 골드는 무려 1만이나 차이가 났다. 누구도 DK의 승리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상금이 걸려있던 상대들을 연달아 잡아내면서 젠지에게 추격의 근거가 생겼다. 결정적 상황에서 4대 5로 맞붙은 한타에서도 대승을 거두면서 LCK 역사에 두고 두고 회자할 역전 명승부가 탄생한다.(2022. 3, 27. 젠지-담원 PO 2R)
#2. 드래곤 스코어는 0-3, 킬 스코어는 2-9로 말린 생황에서 글로벌골드 격차는 불과 2000이었지만, 분위기는 일찌감치 기울었던 20분 대 초반, 유리하던 한화생명 선수들이 바론 둥지 근처로 올라가자, ‘쵸비’ 정지훈과 ‘피넛’ 한왕호는 ‘라이프’의 블리츠크랭크를 끊어낸 다음 연달아 제압 골드가 걸려있던 ‘바이퍼’의 바루스를 쓰러뜨렸다. 이어진 한 타 대승까지 연결하면서 일순간 끌려가던 상황을 완전히 뒤집었다. 연결됐단 내셔 남작 트라이가 결국 무리수가 됐지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는 충분했다.(2023. 3. 26. 젠지-한화생명 PO 2R)
두 장면은 지난 2022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와 2023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의 장면들이다. 두 장면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젠지가 극악의 상황에서 승부의 균형을 맞추는 순간들이 묘사됐다. 봇 듀오를 구성하는 선수들이 지난해와 달라졌지만, 젠지의 짜임새와 저력은 여전했다. 젠지의 야전 사령관 ‘피넛’ 한왕호는 한화생명과 플레이오프 2라운드 3세트를 회자하면서 ‘강팀의 자격’을 갖췄다고 반가워했다.
젠지는 지난 26일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한화생명과 경기서 3-1로 승리했다. ‘페이즈’ 김수환, ‘피넛’ 한왕호, ‘쵸비’ 정지훈까지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상승세를 탄 한화생명의 기세를 꺾었다.
이날 승리로 젠지는 오는 4월 1일 T1과 서울 잠실에서 열리는 최종결승전 진출을 놓고 5전 3선승제의 승부를 겨루게 됐다.
한화생명전 승리 후 한왕호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한화생명과 디플러스 기아의 경기는 보면서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T1과 KT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는 경기는 ‘너무 잘한다’ ‘진짜 잘하네’ 라고 생각하면서 지켜봤다. (이)상혁이형과 (곽)보성이의 미드 대결구도를 보면서 ‘저게 유관 DNA’라는 감탄사도 절로 나왔다. 특히 상혁이 형은 확실히 잘해서 리스펙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다른 팀들의 경기력에 대한 느낀점을 언급했다.
덧붙여 한왕호는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가 만나서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경기 당일 만큼은 ‘우리가 더 잘한다’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신적인 무장과 마음가짐에 대해 언급하면서 “설령 패하더라도 아직 코인이 한 번 더 남아있으니까 부담을 좀 덜고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셔남작의 바론 버프를 포함해 오브젝트 활용한 운영에 능한 T1의 경기력에 대한 질문에도 한왕호는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면서도 젠지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확실히 T1의 경기력을 보면 결단이 확실히 좋다. 팀 결속력도 좋은데. 우리가 T1에 뒤쳐지지 않았다 라는 생각을 한다. T1이 좀 더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고, 멤버들이 함께 해 T1이 더 강할 수 있지만, 플페이오프 경기 당일날은 T1의 경기력에 위축되지 않겠다.”
한왕호는 동료들에게 큰 목소리로 ‘젠지는 위로 올라갈 자격이 있는 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화생명전 3세트 같은 경기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흔히 말하는 경기가 터져서 사실 원사이드하게 밀리는 경기였지만, 진짜 역전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냈다. 기회를 계속 만들려고 했고, 이런 점들이 어느 정도 우리도 위로 올라갈 자격이 있는 팀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들에게 ‘우리는 강팀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고. 항상 이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고 싶다.”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