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안양이 통산 7번째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상에 오르며 한국 아이스하키의 자존심을 세웠다.
HL 안양은 26일 안양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2-202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챔피언결정전 최종전서 훗카이도 레드이글스에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HL 안양은 2016-2017 시즌 이후 6년만에 정규리그에이어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싹쓸이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6차례(2010·2011·2016·2017·2018·2020)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는 HL 안양은 7번째 정상에 등극했다.
HL 안양은 우승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펼쳤다. 2020년 2월 플레이오프 도중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며 아시아리그 2019-2020 시즌은 취소됐다.
그 여파로 HL 안양은 온갖 악재에 시달렸다. 수비진의 기둥이었던 복수 국적 선수들이 은퇴했고 국내 베테랑 선수들도 차례로 팀을 떠났다. 지난해 6월에는 팀의 전술적, 정신적 지주였던 주장 조민호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설상가상 골잡이 신상훈이 시즌 초반 미국 프로하키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났다. 베테랑의 빈 자리를 신예로 메워야 하는 상황,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경기력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리그가 멈췄다. 일본은 5개 팀이 자체 리그를 펼쳤지만 HL 안양은 국내 저변 부족으로 제대로 된 리그를 치르지 못했다. 2021년 3월 대명 킬러웨일즈가 해제하면서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또 국내 빙상장 폐쇄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제대로 된 훈련조차 치르지 못했고, 심지어 새로 가세한 대졸 신인들은 2년여 동안 공식 대회를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한 끝에 정상에 올랐다. 2020년 이후 우울한 소식만 이어지던 한국 아이스하키에 모처럼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서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백지선 감독이 합류한 HL 안양은 변함 없이 모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특히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한결 같은 아이스하키 사랑은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IMF 외환 위기 때 아이스하키팀을 끝까지 지켜낸 것처럼 이번에도 홀로 남은 팀을 아낌 없이 챙겼다. 주말마다 안양 홈 경기장을 찾는 것은 물론 일본 원정도 수 차례 동행했다. 마지막 5차전에선 연장 승부에 접어드는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직접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부담스러웠던 챔피언 결정전도 HL 안양은 믿음으로 이겨냈다. 일본 원정으로 열린 1, 2차전서 1승 1패를 기록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 3차전에 이어 4차전까지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HL안양과 레드이글스 모두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그 결과 챔피언 결정전 4차전은 레드이글스가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도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다. 쉴새 없이 HL안양은 공격을 펼쳤지만 골이 쉽게 터지지 않았다. 1피리어드에 터진 김기성의 선제골로 앞선 HL안양은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3피리어리드를 마쳤다. 하지만 HL 안양은 2차 연장서 강윤석이 기어코 결승골을 터트리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HL 안양의 홈 구장인 안양 아이스링크에는 유명을 달리한 조민호를 기념하고 있다. HL 안양 선수들은 조민호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