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드디어 닻을 올렸다. 아쉽게 승리는 놓쳤지만,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보여준 용병술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친선 평가전에서 콜롬비아와 2-2로 비겼다.
한국은 주장 손흥민의 멀티골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후반 시작 5분 만에 두 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의 첫 승 도전은 28일 우루과이전으로 미뤄졌다.
데뷔전 승리는 불발됐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색깔을 엿볼 수 있는 90분이었다. 한국은 높은 위치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상대 실수를 유도했고, 과감한 롱패스를 활용하면서 직선적인 공격으로 콜롬비아 뒷공간을 두드렸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처진 공격수로 기용하면서 그에게 프리롤을 맡겼다. 중앙에 배치된 그는 경기장 곳곳을 마음껏 누비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결과 손흥민은 두 번이나 골망을 흔들면서 클린스만 감독이 강조한 '공격 축구'에 방점을 찍었다.
적극적인 용병술도 인상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들어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자 빠른 타이밍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교체에 보수적이었던 '전임자' 파울루 벤투 감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15분 전방에서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조규성과 정우영을 빼고 오현규, 이강인을 투입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럼에도 콜롬비아는 집요하게 한국의 좌측 수비를 집중 공략하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이강인-이기제 라인은 아직 호흡이 잘 맞지 않는지 몇 차례 공간을 허용하며 삐걱거렸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은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력을 겸비한 나상호를 투입하면서 그를 왼쪽 측면 윙어로 배치했고, 이강인의 위치를 우측으로 바꿔줬다.
이후 왼쪽 수비는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상호는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주문을 잘 소화해냈다. 자리를 옮긴 이강인 역시 허리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볼 경합을 펼치며 힘을 보탰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의 용병술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물론 숙제도 있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며 순식간에 두 골을 허용했고, 전반만큼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지 못했다. 90분 내내 똑같은 강도로 뛸 수는 없는 만큼 점차 밸런스를 찾아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처음부터 하이 템포로 뛰면서 기회를 포착하라고 했다. 거친 콜롬비아를 상대로 공격성을 보이라고 했다"라며 "먼저 두 골을 넣었지만, 5분간 2실점했다. 나머지 84분은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앞으로 선수들을 파악하면서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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