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세계적 공격수출신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축구’란 무엇일까?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오후 8시 울산문수구장에서 콜롬비아와 대결한 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한다.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대표팀 데뷔전으로 큰 관심을 모은다.
‘주장’ 손흥민(31, 토트넘)과 ‘괴물수비수’ 김민재(27, 나폴리), ‘천재’ 이강인(22, 마요르카)까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벌써부터 울산과 서울의 입장권 전석이 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은 대표팀에 확실하게 자기의 축구철학을 심었다. 그는 어떤 상대를 만나든 후방에서 안정적인 빌드업을 요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원을 장악해 빠른 템포로 상대를 공략했다. 원톱을 세우고 2선에 발 빠른 선수를 배치했다. 황인범은 중원을 장악하는 능력으로 ‘벤투호의 황태자’ 별명을 얻었다. 수비진도 빌드업에 능한 포백으로 구성했다. 선수구성에는 다소 변화가 있어도 시스템은 똑같이 공유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축구 역사상 최장수 감독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축구에 확실하게 자신의 DNA를 이식했다. 물론 ‘강팀을 상대로 과연 빌드업 축구가 되겠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벤투는 꿋꿋하게 철학을 고수했고, 월드컵 16강 진출로 이를 증명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 등 세계적 미드필더가 있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국이 중원을 장악하는 장면은 골 장면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렇다면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은 클린스만은 전술적으로 어떤 축구를 하려는 걸까. 클린스만은 부임 기자회견 이후 지속적으로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아울러 “아시안컵 우승을 하겠다”며 구체적인 성적목표까지 잡았다.
콜롬비아전을 앞둔 클린스만은 자신의 축구철학과 대표팀의 방향성에 대해 묻자 “지도자들마다 각자의 철학이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심리상태와 능력에 근거해서 과정을 밟을 것이다. 두 가지가 어우러진다면 성적도 나올 것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라 대답했다.
마치 수험생이 ‘수능만점으로 서울대에 진학해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답한 것처럼 모호하고 당연하게 들린다. 하물며 수험생도 어떤 과목을 어떻게 공부해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자세한 계획을 세운다. 클린스만은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세부적 설명을 요구할 때마다 그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대처하겠다”는 당연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제는 클린스만이 다른 팀에서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는 점이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의 필립 람은 “클린스만은 동기부여가 뛰어난 감독이다. 하지만 팀에서 구체적 전술지시가 없이 체력훈련만 했다. 선수들이 따로 모여서 어떻게 뛸지 상의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대표팀은 벤투 감독이 95% 이상 만들어 놓은 팀이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포르투갈전에서 벤투 감독이 퇴장으로 자리를 비웠다. 대표팀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의 지도아래 포르투갈을 2-1로 잡는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했다. 당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아무런 지휘를 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데뷔전을 통해 클린스만이 어떤 축구를 추구하고 어떤 팀을 만들려 하는지 청사진은 제시해야 한다. 클린스만은 “당장 대표팀에 내 색깔을 입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포메이션 등의 준비보다는 선수들의 장점을 활용하겠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겠다”고 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세계최고 수준의 코칭스태프와 함께 대표팀을 운영한다. 그는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통역을 통해 미팅하고 있다.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어를 좀 더 잘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소통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앞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어떻게 한국축구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축구팬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