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이 입찰 경쟁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은 23일(한국시간) 맨유 매각을 위한 입찰 경쟁에 카타르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이슬라믹은행(QIB) 회장과 영국 억만장자이자 이네오스 CEO 짐 랫클리프 경이 뛰어들었으며 2차 인수 제안 마감 시한을 연장됐다고 전했다.
알 타니 회장이 이끄는 카타르 컨소시엄과 랫클리프 회장의 화학기업 이네오스가 나란히 입찰 제안서를 써냈으나 후에 이네오스가 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는 지난해 11월 구단 매각 가능성을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구단주는 글레이저 가문은 맨유를 60억 파운드에 팔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디 애슬레틱' 등은 맨유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실제 80억 파운드(약 12조 6473억 원) 가까이 들 것이라 보도하기도 했다.
맨유를 원하는 이들은 지난 1차 입찰에서 약 45억 파운드(약 7조 1141억 원)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맨유는 스포츠 구단 사상 최고 금액에 팔릴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5월 토드 보엘리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첼시FC를 인수할 때 지불한 42억 5000만 파운드(약 6조 7189억 원)였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글레이저 가문이 알 타니 회장과 랫클리프 회장의 인수 경쟁을 통해 맨유 매각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매각을 더 늦출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맨유 팬들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매각을 더 미룰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이유는 맨유 구단의 성적 때문이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이후 10년 동안 과거 영광을 되찾지 못했다. 데이빗 모예스, 라이언 긱스, 루이스 반 할, 조세 무리뉴,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마이클 캐릭, 랄프 랑닉 감독까지 여러 지도자가 선임됐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텐 하흐 감독 체제에서 맨유는 46경기서 33승 6무 7패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리그컵(카라바오컵)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에서는 3위까지 뛰어올라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가 긍정적인 상태다. 다음 시즌 리그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까지 생겼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성적이 오르면 매각금액도 오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결국 글레이저 가문은 맨유가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다음 시즌 우승 경쟁에 뛰어들게 되면 매각 금액이 더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다. 때문에 굳이 지금 당장 급하게 맨유를 팔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도 헤어지기 적합하지 않은 시기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맨유 전설 개리 네빌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맨유 팬들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구단주가 엄청난 금액에 매각하기 위한 운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맨유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을 떠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경기장에 투자하지 않았다. 팬들은 올드 트래포드가 리모델링을 하든 새로운 경기장을 짓든 새로운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