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쪼잔하게 말야” PO 불발된 전광인의 전화, 서재덕은 죄책감을 덜었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3.23 10: 15

자신의 발을 밟고 큰 부상을 당한 절친 전광인(32·현대캐피탈)이 내심 마음에 걸렸던 서재덕(34·한국전력). 다행히 동생으로부터 먼저 전화가 오며 그나마 죄책감을 덜어낸 상태에서 천안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한국전력은 지난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준플레이오프(단판승부)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성사시킨 한국전력은 3위 우리카드에 2년 연속 업셋을 이뤄내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승리의 주역은 타이스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3점을 책임진 토종 에이스 서재덕이었다. 50%의 준수한 공격성공률로 우리카드 수비를 무너트렸고, 적재적소에 서브 에이스 2개를 성공시키며 코트 분위기를 달궜다. 특유의 파워풀한 세리머니를 앞세워 3위 우리카드와의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왔다.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도드람 2022-23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를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의 경기가 열렸다.1세트 한국전력 서재덕이 서브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2023.03.22 /sunday@osen.co.kr

서재덕은 경기 후 “경기가 엄청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작년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들어갈 때부터 선수들 모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 알고 있었다”라며 “단기전은 기세 싸움이다. 그 기세에서 절대 밀리지 않으려고 상대를 잡아먹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라고 업셋 소감을 전했다. 
한국전력의 키플레이어는 늘 서재덕이다. 서재덕이 토종 에이스 역할을 수행해야만 타이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나며, 팀 분위기 또한 한층 밝아진다. 이날 역시 서재덕이 이름값을 제대로 해내며 승리가 찾아왔다. 
서재덕은 “정규리그 때 내가 공격성공률 50%를 넘기면 3-1 안으로 경기가 끝났다”라며 “오전까지 오늘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막상 코트를 밟으니 그런 생각이 없어지더라.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부딪힌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흡족해했다. 
현대캐피탈 전광인 / KOVO 제공
정규리그 3위 우리카드를 넘어선 한국전력은 오는 24일 천안에서 2위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현대캐피탈은 공교롭게도 얼마 전 한국전력과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에이스 전광인이 큰 부상을 당하며 그 선수 없이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전광인은 지난 9일 천안에서 서재덕의 발을 밟고 넘어지며 우측 발목을 크게 다쳤고, 회복까지 3~4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발됐다. 
서재덕은 “(전)광인에게 미안했는데 오히려 먼저 전화가 와서 ‘남자새끼가 쪼잔하게 말야’라고 날 풀어주더라”라고 멋쩍게 웃으며 “광인이와 함께 배구를 하는 게 늘 재미있었고, 서로 맞붙으면 의식을 했다. 또 천안을 가거나 현대캐피탈과 만나면 배구가 재미있었다. 광인이가 없는 게 아쉽지만 이긴다는 목표를 갖고 천안으로 가겠다”라고 밝혔다. 
2011-2012 신인드래프트서 1라운드 2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한 서재덕은 데뷔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그의 나이가 어느덧 34살이 됐고, 이번에는 현대캐피탈을 넘어 포스트시즌 최고 무대에 꼭 서고 싶다. 
서재덕은 “이번에는 꼭 챔피언결정전에 가야 한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쳤다가는 은퇴를 할 것 같다”라고 웃으며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내 목표다. 챔피언결정전 코트를 꼭 밟고 싶다. 일단 그러기 위해 이긴다는 생각으로 천안에 가겠다”라고 플레이오프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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