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 같다. 기지개를 크게 켜고 또다시 힘차게 달려 나갈 듯한 기세가 엿보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1-2022시즌 득점왕에 빛났던 풍모를 서서히 되찾아가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요즘이다.
세계 축구계에서, 내로라하는 월드 스타로서 한국인의 긍지를 뽐내 온 손흥민이다. 지난 시즌 아시아인 최초로 득점왕에 등극하며 EPL 역사에 금빛을 수놓은 걸출한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돌발 변수에 부딪히며 맹위를 떨치던 위세는 잠잠해졌다. 시즌이 막 중반부에 접어든 지난해 11월 1일(이하 현지 일자)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 라운드 원정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전(스타드 벨로드롬)에서, 불운이 찾아왔다. 불쑥 마의 손길을 뻗친 안와 골절 부상에 맞닥뜨리며 손흥민은 겨울잠에 들어간 곰을 연상케 할 만큼 부진했다.
손흥민은 굴하지 않았다. 시즌이 중반부를 넘어 종반부에 들어가면서, 부상의 악령을 완전히 떨친 듯 활기에 찬 몸놀림을 펼치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서, 손흥민은 거푸 공격 포인트를 생산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EPL 통산 100골 고지에 한 걸음 차로 바짝 다가섰고, 50어시스트 클럽엔 발걸음을 들여놓았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새 역사 창출도 눈앞에 뒀다. 토트넘이 141년의 연륜를 쌓는 동안, 그 누구에게도 범접을 허락지 않았던 100골-50어시스트의 신기원을 맞이할 손흥민이다. 필요한 요소는 단 하나, 한 골이다.
에버턴은 손흥민 대기록 작성의 희생양 될까?
손흥민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났음은 기록상으로도 입증된다. 변수로 작용한 부상을 전후로 손흥민의 성적 곡선은 하강과 상승의 반전 궤도를 그렸음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이번 시즌에, 손흥민은 26경기(교체 3)에 출장해 6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평균 평점은 6.97(이하 후스코어드닷컴 기준)이었다. 토트넘이 치른 28경기 가운데 두 경기만 결장했다. 팀 내에서, 평균 평점은 해리 케인(7.49)→ 로드리고 벤탕쿠르(7.22)→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7.07)에 이어 네 번째다.
손흥민이 뛴 26경기를 대략 9경기씩 3분 해서 보면 발걸음 속도가 큰 편차를 나타내고 있음이 읽힌다. 보통 걸음으로→ 아주 느리게→ 약간 느리게 걷는 수준으로 변화해 왔다.
이번 시즌 개막 후 첫 9경기에서, 손흥민의 농사는 평작이라고 할 만하다. 3골 2어시스트를 올리며 7.19의 평균 평점을 보였다. 웬만한 선수라면 준수한 작황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지난 시즌 득점왕에 빛났던 손흥민으로선 만족할 수 없는 수확이었다. 지난 시즌 평균 평점(7.51)이 팀 내 으뜸이었던 점에 비춰서도 그렇다. 이 기간에, 팀은 6승 2무 1패를 올리며 선두권을 달렸다(표 참조).
부상 시기였던 다음 9경기에서, 손흥민은 극히 부진했다. 단 1골을 거두며 평균 평점은 6.76으로 뚝 떨어졌다. 팀도 승리(3승)보다 패배(5패)가 많았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마지막 8경기에서, 손흥민은 반전의 디딤돌을 만들었다. 2골 2어시스트에 평균 평점 6.95로 반등했다. 팀도 5승 1무 2패로 동반 상승했다.
시즌 종반부 첫 2경기(27~28차전)만을 살펴보면, 손흥민이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번 시즌 자신의 25라운드(3월 11일·노팅엄 포리스트)과 26라운드(3월 18일·사우샘프턴)에서, 손흥민은 예의 빼어난 몸놀림을 펼치며 토트넘의 팀플레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역시 손흥민!”이라는 찬탄을 자아내는 몸놀림을 과시했다.
노팅엄 포리스트전에선, 추가골을 뽑아내며 팀의 승리(3-1)에 한몫했다. 이번 시즌 두 번째 높은 평점(8.32)을 받았을 만큼 물오른 플레이를 뽐냈다. 이번 시즌 최고 평점(9.32)은 7라운드(2022년 9월 17일) 해트트릭을 터뜨렸던 레스터 시티전에서 기록한 바 있다. 사우샘프턴전에선, 1어시스트로 높은 평점(7.93)을 받았다. 2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수확하며 상당히 높은 평균 평점(8.13)을 기록했다.
이 두 경기에서, 토트넘은 모두 6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평균 득점(1.86)의 거의 2배에 이른다. 곧, 손흥민이 깨어나면서 팀의 공격력과 득점력이 부활하고 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10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따라서 남은 경기에서, 크게 기지개를 켠 손흥민이 토트넘 최초로 100골-50어시스트 클럽 창설의 금자탑을 쌓으리라는 전망의 실현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오는 4월 3일 토트넘의 29라운드 원정(구디슨 파크) 에버턴전을 비롯해 남은 경기 하나하나에 시선이 모이는 까닭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