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태동기였던 지난 2000년 프로게이머로 입문했던 최우범 감독은 사람 자체가 꾸준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로서 전성기는 길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매순간 최선을 다해왔다. 그에게 어려운 난관은 있을지 모르지만,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LOL 지도자로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했던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15년에도 그는 최선을 다해 1년만에 팀을 꿈의 무대인 롤드컵까지 이끌고 가 2016 롤드컵 준우승, 2017 롤드컵 우승이라는 기적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우범 브리온 감독은 스프링 시즌 최종전을 끝내고 고개 숙이고 울먹인 선수들에게 자신의 애틋함을 담아 표현했다.
브리온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농심과 2라운드 경기서 0-2로 패했다. 시즌 최종전을 패하면서 8연패를 당한 브리온은 이번 스프링 시즌을 4승 14패 득실 -18로 마무리했다.
경기 후 최우범 감독은 “선수들에게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한 것 같다. ‘지면 안돼, 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사로잡혀 경기를 하다보니, 오히려 더 실수가 많이 나왔다. 재밌는 사실은 최근 스크림을 제일 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하기도 하다, 연습 내용은 좋은데, 대회만 오면 무기력해지고 자꾸 도망간다. 부담감으로 인해 경기력이 더 안 좋게 나온 것 같다”고 경기 내용을 아쉬워했다.
이어 최 감독은 “연패 중인 두 팀이 만나 긴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 경기전까지 농심의 승수가 1승이었다는 게 더 부담 스러워한 것 같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더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연습 때 경기력의 20% 정도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우범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요즘 느끼고 있는 건 선수들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고, 건강하게 시즌을 끝냈으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열심히 해서 팬 들앞에 다시 서자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이번 휴식기를 통해 여러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선수들에게 과제도 내즐 생각이다. 선수들이 과제를 해준다면 서머 시즌은 할 만한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우범 감독은 “마지막 경기를 솔직히 정말 이기고 싶었지만, 못 이겨 죄송하다. 서머 시즌은 달라져서 돌아오겠다:”고 팬들에게 사과인사를 한 뒤 “최종전이 끝나고 선수들 멘탈이 모두 흔들리고있다. 너무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던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개 숙이지 마라’는 말을 하고 싶다. 맨날 울고, 좌절하고 낙담하면 너무 나약해 보인다. 사실 그러면 성장할 수 없다. 패배는 패배다. 다음 경기는 열심히 해서 독기를 품고 ‘무조건 이기겠다’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좌절하고 고개를 숙일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죄를 지은 건 아니다. 내성적인 선수들의 내면을 조금이라도 단단하게 한 뒤 서머 시즌에 나서겠다”고 애틋한 감정을 표현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