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23)은 역시 ‘괴물’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넘어 유럽 마당을 평정해 나가는 홀란의 기세는 용솟음치는 활화산을 연상케 한다. 큰 키(1m 95)에 어울리게 성큼성큼 내딛는 걸음걸음은 엄청난 족적을 아로새기고 있다. 득점에 관한 각종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겠다는 양 쏟아 내는 기록은 눈부시다 못해 놀라움까지 자아낸다.
지난 14일(이하 현지 일자) 홀란은 또 하나의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클럽 최고 무대로 평가받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득점 역사에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최소 경기, 최연소 30골 고지 기록을 한꺼번에 새로 썼다.
이날, 홈(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UCL 16강 2차전은 홀란의 독무대였다. 전반전 해트트릭을 비롯해 모두 5골을 터뜨리며 RB 라이프치히 골문을 유린했다. 성인 무대에서 기록한 첫 펜타트릭(Penta-trick: 5골)은 여러모로 홀란에게 뜻깊은 ‘대폭발’이었다.
거침없는 홀란의 질주… UCL 20골과 30골 최소 경기, 최연소 기록 잇달아 경신
지금 세계 축구계 골잡이 판도는 전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2010년대를 풍미하던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 나스르)의 시대는 갔다. 그 체제를 대신해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와 홀란이 지배하는 시대가 왔음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요즘의 흐름이다.
그런데 음바페의 기운보다 홀란의 기세가 더 강렬한 듯싶은 2022-2023시즌이다. 이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마당이 이번 시즌 UCL이다. 그리고 그 압축된 한판이 14일 맨체스터 시티와 RB 라이프치히가 맞붙은 16강 2차전이었다.
홀란은 레포케르(Repoker: 5골)의 기염을 토하며 음바페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음바페가 보유하던 최연소 30골 기록을 깨뜨리며 새 지평을 연 주인공이 홀란이다(표 참조).
사실 음바페의 기록도 대단했다. 22세 352일에 30골 고지에 올라섰으니 말이다. 그런데 홀란이 116일 앞당긴 22세 236일에 30골에 도달했으니, 음바페로선 또 하나의 ‘천재 골잡이’를 이 세상에 내놓은 신이 야속할 법하다.
홀란은 20골 고지 등정 때도 음바페를 울린 바 있다. 20년 231일로 음바페(21년 355일)를 1년 이상 능가하며 최연소 20골 고지에 올라섰다.
홀란은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세운 최소 경기 30골 기록도 아울러 경신했다. 34경기에서 30골을 뽑아낸 리스텔로이보다 9경기씩이나 덜 치른 25경기에서 위업을 달성했다. ‘당연하듯’ 최소 경기 20골 기록 주인공도 홀란이다. 홀란은 14경기 만에 도달해 한때 기록 보유자였던 해리 케인(24경기)을 실색하게 한 바 있다. 이처럼 경기당 평균 한 골 이상의 페이스로 20골과 30골 고지를 등정한 골잡이는 홀란 단 한 명뿐이다.
1992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UCL 31년 역사에서, 한 경기 5골을 작렬한 골잡이는 홀란까지 3명뿐이다. 메시(바르셀로나·이하 당시)가 2012년 3월 7일 바이어 04 레버쿠젠전(7-1 승)에서, 루이스 아드리아누(샤흐타르 도네츠크)가 2014년 10월 21일 바테 보리소프전에서(7-0 승)에서 각각 한 차례씩 레포케르를 달성했다.
UEFA는 홀란이 또 다른 등정을 눈앞에 뒀음을 시사했다. UEFA는 “음바페의 최연소 40골(23세 317일) 기록과 판 니스텔로이의 최소 경기(45) 40골 기록도 홀란의 시야에 들어왔다”라는 비유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홀란이 또 다른 신기원을 열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거침없는 도전의 길을 내닫는 홀란의 기세는 세계 축구계를 열광케 하는 극적 요소임에 분명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