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쌍둥이 파문에 울었던 ‘배구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이 마침내 1위팀 에이스로 우뚝 올라섰다.
흥국생명은 15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6라운드 원정경기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었다.
경기 전 흥국생명은 25승 9패(승점 76) 1위, 현대건설은 24승 10패(승점 70) 2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승점 차는 6점. 두 팀 모두 나란히 시즌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흥국생명은 승점 1점만 확보하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1위가 될 수 있었고, 6위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손쉽게 조건을 충족했다. 2018-2019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낸 순간이었다.
시간을 2시즌 전으로 돌려보자. 2008-2009시즌을 끝으로 V리그 여자부를 떠났던 김연경은 2020년 6월 오랜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전격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코로나19로 해외진출이 불확실한 가운데 도쿄올림픽 출전과 우승을 위해 연봉 3억5천만 원에 친정 흥국생명행을 택했다.
당시 김연경에 이재영-이다영 국가대표 쌍둥이자매를 보유하며 ‘흥벤져스’라는 별명이 붙은 흥국생명. 그러나 우승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KOVO컵 결승전에서 GS칼텍스에 일격을 당했고, 핵심 전력인 쌍둥이자매가 학교폭력 미투 악재로 5라운드 도중 코트를 떠나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컵마저 GS칼텍스가 들어 올리는 걸 지켜봐야 했다.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선수는 주장 김연경이었다. 이재영, 이다영과 더불어 맏언니 김세영까지 부상 이탈하며 혼자 중간에 합류한 외국인선수 브루나와 후배들을 다독이고 또 다독이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컵대회 때만 해도 밝은 표정과 함께 씩씩하게 인터뷰에 임했던 배구여제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봄배구 도중 부상까지 입으며 몸과 정신이 모두 피폐해졌다.
시즌 종료 후 중국 상하이로 떠났던 김연경은 지난해 6월 V리그 여자부 역대 최고 대우인 1년 총액 7억 원에 흥국생명과 계약하며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2년 전과는 상황이 확연히 달랐다. 팀이 리빌딩 중이었지만 권순찬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고, 쌍둥이자매가 유럽으로 떠나며 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출산을 마치고 복귀한 맏언니 김해란 또한 김연경이 복귀 시즌을 기대한 요인이었다.
올 시즌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선두 현대건설을 맹추격하던 지난 1월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돌연 동반 사퇴하는 악재를 맞이한 것.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또 납득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흥국생명 구단은 뒤늦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윗선의 경기 개입을 인정했지만 이미 이영수 수석코치마저 권 감독을 따라 팀을 떠난 뒤였다. 권 감독 또한 말이 사퇴이지 사실상 경질 조치를 당하며 쫓겨나듯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36살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으며 순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김연경이 중심을 잡고 선수들의 동요를 막았다. 동료들의 심리 케어는 물론 공격성공률 1위, 득점 5위의 경기력을 앞세워 선두 현대건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년 전 아픔을 딛고 1위팀의 에이스가 된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통합우승을 정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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