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야구대표팀 한일전 참사’ 축구도 남의 일 아니다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03.15 15: 53

한일전 참사, 축구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야구대표팀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결과를 들고 14일 귀국했다. 한국은 가장 중요했던 호주와 첫 경기서 7-8로 졌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현격한 실력차를 드러내며 4-13으로 참패를 당했다. 한국은 체코(7-3승)와 중국(22-2승)을 이겼지만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대회 후 야구대표팀을 비판하는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국내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야구 최고선수들이 모였지만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운 김현수, 김광현 등이 WBC 후 줄줄이 은퇴를 선언해 다음 세대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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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을 막론하고 한일전에 대한 의미는 크다. 축구는 한일전 승리의 원조격이다. 1954년 월드컵 예선 한일전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은 “일본에 패하면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정신력만 강조하던 시대는 한참 지났다. 이제는 정신력도 일본이 앞서는 시대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은 독일(2-1승)과 스페인(2-1승)을 잇따라 물리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같은 16강에서 멈췄지만 일본은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한국보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일본축구협회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4년 더 지휘봉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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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역시 근본적인 선수층과 기량, 기술에서 일본에게 밀린 지 오래됐다. 각급 대표팀도 한일전에서 잇따라 참패를 당해 위기에 빠졌다. A대표팀은 일본에게 2연속 참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21년 3월 요코하마에서 일본에게 0-3 대패를 당했다. 이후 지난해 7월 동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은 다시 일본을 만나 0-3로 처참하게 졌다. 한국의 강점이었던 정신력과 투지, 몸싸움, 체격조건 마저 일본이 더 좋았다. 한국은 색깔을 잃었지만 일본은 기존의 장점에 한국의 강점까지 흡수한 모양새였다.
팬들은 “손흥민과 김민재가 뛰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 자위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2010년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를 기억한다. 하지만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뒤 한일전을 뛴 기록이 없다. 한일전에 해외파가 뛰지 않은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김민재는 “많은 선수들이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유럽을 경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은 병역의무 등 여러 걸림돌이 많아 선수의 성장에 제한이 많은 환경이다. 반면 일본은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14명이다. 스코틀랜드 셀틱 득점왕 후루하시 쿄고 등 다른 유럽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도 많다. 유럽에서 뛰는 일본선수만 3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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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일축구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대표팀은 지난해 7월 아시안컵 8강에서 일본과 무기력한 경기 끝에 0-3으로 참패를 당했다. 더구나 일본대표팀은 두 살 어린 U21로 꾸려졌다. U16 대표팀 역시 지난해 6월 일본에게 0-3으로 무너졌다.
한국이 일본을 시원하게 이긴 것은 2019년 U20월드컵 1-0 승리가 마지막이다. 당시 이강인이 이끈 한국은 FIFA 주관대회 처음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현재 진행중인 U20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4강에 올라 15일 우즈베키스탄과 대결한다. 맞은편 4강에서 일본이 이라크를 이긴다면 결승전에서 한일전이 성사될 수 있다. 한국이 과연 각급대표팀 한일전 4연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물론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이기는 것이 먼저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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