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이하 현지 일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토트넘 홋스퍼 구단)
“아니다. 새로운 기록은 이달 11일 EPL 노팅엄 포리스트전에서 세워졌다.”(IFFHS)
무슨 논쟁인가? 토트넘 홋스퍼의 골 역사를 써 내려가는 해리 케인(30)이 새 지평을 언제 열었는지 그 시점을 둘러싼 구단과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의 공방전이다. 케인이 토트넘 141년 역사상 최다 득점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한 순간이 어느 경기에서 빚어졌는지, 양자가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충돌 접점은 종전 기록 보유자인 지미 그리브스의 토트넘 통산 득점 기록이다. 토트넘은 그리브스가 1961-1962시즌부터 1969-1970시즌까지 홋스퍼에서 활약하며 모두 266골을 뽑아냈다고 본다. 반면 IFFHS는 그리브스가 같은 기간 총 268골을 터뜨렸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케인의 토트넘 최다골 수립 시점은 34일이 차이 난다.
토트넘과 IFFHS, 기록 수립 시점 놓고 공방전
지난달 5일 홈(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전서, 케인은 전반 15분 귀중한 결승골(1-0 승)을 작렬했다. 세 시즌(2010-2011~2012-2013)의 임대 생활을 떨치고 2013-2014시즌 감격의 첫 골을 낚은 이래 267번째 득점이었다. 세 번의 득점왕(2015-2016, 2016-2017, 2020-2021시즌)을 거치며 EPL을 대표하는 ‘토종 골잡이’로서 사랑받는 케인이 ‘미스터 토트넘’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다지는 순간이었다.
구단도 기쁨과 감격을 함께했다. “케인이 토트넘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리브스의 종전 기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라며 열광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맞춰 언론도 케인의 대기록 작성을 크게 다루며 축하했다.
그런데 시간이 한 달 남짓 흐르며, IFFHS는 새로운 주장을 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홈에서 벌어진 노팅엄 포리스트전서, 케인이 결승골(3-1 승)을 비롯해 2골을 뽑아내 토트넘 통산 270득점을 기록하면서였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6일 EPL 홈 첼시전에서, 케인은 추가골(2-0 승)로 268득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튿날, IFFHS는 “토트넘이 그리브스가 FA 채러티 실드에서 넣은 2골을 포함하지 않고 통산 266득점을 기록했다고 한 점을 유의해야 한다”라며 기록 달성 시점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IFFHS는 “따라서 케인이 그리브스의 기록을 넘어선 시점은 노팅엄 포리스트전이다”라고 역설했다. 곧, 케인이 269득점이 되는 첫 번째 골을 터뜨렸던 전반 19분이 토트넘 역사에 신지평을 연 순간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도 IFFHS와 궤를 같이한다. 위키피디아는 그리브스가 토트넘에서 통산 268골을 기록했다고 집계해 놓고 있다. 그러면서 위키피디아는 “토트넘 구단은 그리브스가 1962 채러티 실드에서 기록한 2골을 포함하지 않은 266골을 통산 득점으로 간주하고 있다”라고 각주에서 밝히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그러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물음인 것 같다. 물론 기록의 정확성 측면에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그러나 수립 시점에 관계없이 케인이 계속 기록을 늘려 가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선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그보다는 그리브스의 토트넘 통산 득점 기록을 정확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구단이 다시 한번 정확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