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5위 팀이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하는 촌극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캐롯 사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KBL은 지난 2월 임시총회서 “캐롯이 3월 31일까지 특별회비(가입금) 잔여분 10억 원을 납부하지 못하면 플레이오프 출전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마감기한이 불과 1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캐롯의 가입비 납부는 감감 무소식이다. 캐롯의 일부 고액연봉선수는 몇 달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로 속이 타들어간다.
캐롯의 운영주체 데이원스포츠는 KBL로부터 프로농구 회원 가입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경우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재정 보증을 받기로 문건 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농구대통령' 허재 대표 역시 캐롯의 창단에 상당한 힘을 보탰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 2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공고받았다. 김용빈 회장은 비리혐의로 지난 2월 주주들에게 고소를 당한 상황이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건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구계는 캐롯의 미납 가입금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대신 납부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원스포츠가 농구단 인수기업을 알아보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경기에 적지 않은 운영비가 들어가는 프로구단을 선뜻 맡을 기업은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프로농구 관계자들과 팬들이 보고 있다. 최근 2연승을 달린 5위 캐롯은 25승 22패로 6위 KCC(22승 26패)에 3.5경기를 앞서 6강은 확정적이다. 하지만 캐롯은 가입비를 완납하지 못하면 플레이오프에 뛸 수 없다. 그럴 경우 KCC와 KT가 5, 6위로 6강에 간다. KT는 20승 27패를 하고도 플레이오프 막차를 타게 된다.
공교롭게 캐롯은 13일 수원에서 KT와 경기를 치른다. 캐롯이 이 경기를 이겨도 돈을 못 내면 플레이오프는 없다. 반대로 KT는 어부지리로 6강에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선수들이 무슨 동기부여로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캐롯 사태는 프로농구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와중에 허재 대표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전히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허 대표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농구팬들 앞에서 확실한 해명을 해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