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구는 누군가에겐 남 얘기가 된 시점이 왔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봄배구가 아니어도 팀마다 목표가 있다. 또, 봄배구를 하게 됐어도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는 팀이 있다.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
14일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맞대결을 비롯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대한항공과 봄배구를 확정한 우리카드의 대결 등 끝나지 않은 자존심 싸움이 이어진다.
▲ 3월 14일 페퍼저축은행 vs 한국도로공사, 상대 전적 동률 도전하는 페퍼스 vs PS 직행 원하는 도로공사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가 14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 6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홈팀 페퍼저축은행은 4승 30패, 승점 12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봄배구 탈락 확정은 오래전에 됐지만 아직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바로 ‘5승’이다. 현재까지 4승을 기록한 페퍼저축은행은 1승만 더 챙기면 창단 시즌 목표로 하던 5승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구단은 니아 리드를 잔여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이경수 감독대행은 남은 경기를 이고은 세터가 아닌 박사랑이 선발 세터로 나설 것을 예고했다. 주포인 외국인 공격수의 이탈과 주전 세터의 변화가 있는 페퍼저축은행이 목표로 하는 5승을 이룰 수 있을까.
급한 팀은 도로공사다. 도로공사는 18승 16패, 승점 54점으로 3위에 있다. 4위 KGC인삼공사가 승점 53점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인삼공사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도로공사는 준플레이오프가 아닌 플레이오프로 직행하려면 승점 4점 차로 달아나야 한다.
지난 10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박정아를 아포짓으로, 캣벨과 전새얀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용한 전술이 맞아 떨어지면서 승리를 한 도로공사. 페퍼저축은행전 역시 공격수들의 고른 활약이 있어야 한다.
이번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도로공사가 3승 2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직전 5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이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이번에도 페퍼저축은행이 승리를 가져가며 시즌 상대전적 동률을 만들지, 도로공사가 5라운드 복수와 함께 플레이오프 직행과 가까워질지 관심이 쏠린다.
▲ 3월 16일 대한항공 vs 우리카드, 봄배구 주인들의 싸움, 본인들의 강점을 살려라
대한항공은 본인들의 경기력을 완전히 뽐내며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최근 경기력 역시 매섭다. 링컨 윌리엄스와 정지석이 대각에서 확실한 공격포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에 곽승석과 정한용이 번갈아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가 들어가도 손색없는 대한항공이다.
특히 직전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블로킹 11개를 올리며 상대를 확실히 막아 세웠다. 그러나 상대보다 6개 많은 24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범실 관리만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한 층 더 강해질 대한항공이다.
우리카드는 봄배구 진출을 확정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날 때까지 4위와 승점을 벌리고 싶은 우리카드다. 직전 삼성화재 경기에선 2세트를 내리 내줬다. 앞서 있던 찰나 상대에게 3연속 블로킹을 허용한 이후, 완전히 흔들렸다. 좀처럼 기세를 잡지 못하던 코트에 김지한이 게임 체인저로 나섰다. 김지한 투입 이후 모든 공격 활로가 활짝 열렸고, 빠르고 다양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두 팀의 지난 5라운드 맞대결에선 우리카드가 깔끔한 셧아웃 승을 챙겼다. 1세트 초반 앞서있던 대한항공은 범실로 갑자기 무너졌다. 이 기회를 우리카드 공격수가 놓치지 않았다. 아가메즈가 매섭게 공을 내리꽂았다. 반면 대한항공은 링컨이 터지지 않았고, 임동혁으로 교체했지만, 승부를 바꾸진 못했다. 또한 중앙 싸움에서 희비가 갈렸다. 중앙이 강한 대한항공이지만 이날 블로킹 2개에 그쳤다. 반면 성장세를 보이는 김완종, 이상현이 각각 3개의 블로킹으로 상대를 돌려세웠다. 대한항공은 범실 관리와 블로킹에 안정을 찾아야 한다. 우리카드는 공격진이 확실한 득점을 올리며, 상대 서브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봄배구 주인들의 싸움, 어떤 결과가 나올까.
▲ 3월 16일 현대건설 vs KGC인삼공사, 스스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운명
도드람 2022-2023 V-리그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치열한 순위 싸움이 계속된다. 그 누구도 함부로 예측하기 힘들다.
현대건설은 24승 10패, 승점 70점으로 2위다. 정규리그 1위가 아직 누구인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정규리그 1위인 흥국생명이 승점 1점만 따낸다면 1위가 확정되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만일 15일 열릴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 경기에서 흥국생명의 1위가 확정된다면 현대건설은 봄배구를 위한 준비에 돌입할 확률이 높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라면 정규리그 1위의 희망을 품게 될 거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2-3(25-12, 21-25, 25-23, 20-25, 9-15)으로 패했다.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5세트 후반 상대의 서브에 무너지며 경기를 내줬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1위를 위해서, 봄배구를 위해서 승리를 통해 팀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KGC인삼공사는 준플레이오프를 노린다. 현재 18승 17패, 승점 53점으로 4위다. 3위인 한국도로공사와는 승점 한 점 차이지만 KGC인삼공사는 정규리그 한 경기가 남았고, 한국도로공사는 두 경기가 남았기에 자력 진출은 어렵다.
지난 11일 KGC인삼공사는 흥국생명에 셧아웃 완패를 당했다. 엘리자벳이 15점을 올렸지만, 27.08%의 공격성공률에 머물렀다. 이소영이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0점을 기록했지만, 패했다. 팀 공격성공률이 33%에 그치며 공격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
두 팀 모두 누군가에 의해 팀의 운명이 바뀐다. 희망을 이어갈 팀은 어디일까.
▲ 3월 17일 한국전력 vs KB손해보험, 우리는 봄배구에 올라가고 싶다
4위에 자리한 한국전력이 봄배구를 위해서라면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두 시즌 연속 봄배구에 도전하는 한국전력이 마지막 경기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은 17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현재 4위에 자리한 한국전력(17승 18패 승점 53)은 3위 우리카드(19승 16패 승점 55)와 승점 2점 차의 간격을 보이고 있다. 우리카드도 대한항공과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카드가 승점 없이 패하고 한국전력이 승점 2점을 따낸 채 승리한다면 3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까지 생긴다.
한국전력은 시즌 중반 9연패를 기록하며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여파가 지금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역시 “9연패 하는 동안 2승만 했어도 어려운 상황은 없었을 거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타이스-서재덕-임성진이 확실한 삼각편대로 거듭났고 중앙에는 든든한 신영석이 자리하고 있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해줘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만나는 상대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서 3승 2패로 강세를 보이는 KB손해보험이다. 비록 KB손해보험은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할 것이다.
다만 KB손해보험은 비예나를 제외한 뚜렷한 득점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비예나가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려주고 있지만 옆에서 도와줄 국내 선수들의 힘이 아쉽다.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마무리를 잘 짓기 위해선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공격이 터져야 한다. 한성정-황경민을 비롯해 정동근, 홍상혁, 배상진까지 여러 국내 선수가 준비하고 있다. 승리를 위해서라도 비예나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 3월 17일 GS칼텍스 vs 한국도로공사, 이번 시즌 마지막 ‘절친 대결’
배구계의 소문난 절친 차상현 감독과 김종민 감독이 시즌 마지막 대결을 갖는다.
지난 12일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승점 1점 획득에 그치면서, GS칼텍스의 봄배구 진출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시즌 내내 중위권 순위 경쟁의 한가운데에 서서 치열한 시간을 보낸 GS칼텍스는 부상 선수도 많고,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선수들도 많다. 어차피 봄배구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 주전들을 대거 빼고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기는 GS칼텍스의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다. 장충체육관을 찾아올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또한 블로킹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수지는 값진 개인상 수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블로킹을 추가해야 한다. 한다혜까지 무릎 내측 인대 손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 과연 GS칼텍스가 이 경기에 어떤 자세로 임하게 될지 관심이 간다.
한국도로공사는 봄배구 진출 자체는 확정 지은 상태다. 관건은 준플레이오프가 열리느냐 마느냐다. 당연히 한국도로공사 입장에서는 준플레이오프 없이 바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 한국도로공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모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쌓는 것이다.
이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의 불안 요소는 선수들의 체력 문제다. 14일 광주 원정을 떠나는 한국도로공사는 휴식일도 이틀밖에 없고,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다. 몇 라운드 째 치열한 순위 경쟁을 이어온 선수들의 체력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다.
두 절친 감독 간의 정규시즌 역대 전적은 22승 16패로 차상현 감독의 우위다. 과연 39번째 맞대결에서는 어떤 감독이 웃게 될까.
/knightjis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