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이제 선두와 격차는 두 걸음으로 좁혀졌다. 충분히 뒤집고 짜릿한 역전의 묘미를 만끽할 만한 간극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수문장 에데르송(30)이 대야망을 불태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새 지평을 열 대기록 수립이다. 지금껏 그 누구도 밟지 못한 신천지는 4연속 캐스트롤 골든글러브 수상이다.
에데르송은 ‘클린 시트의 대명사’다. 한 시즌 최다 클린 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GK에게 수여되는 캐스트롤 골든글러브를 3시즌 연속 수상했다.
종반부에 접어든 EPL 2022-2023시즌, 에데르송의 꿈은 영글어 가고 있다. 최근 골문에 물샐틈없는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친 에데르송이 뽐내는 기세는 실로 대단하기만 하다. 3월 치른 두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골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정상 도전을 튼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에데르송은 이미 이달 초 하나의 두드러진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4일(이하 현지 일자) 홈(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뉴캐슬 유나이티드전(2-0승)서, 자신의 이름을 EPL 기록사(史)에 아로새겼다. 역대 열일곱 번째로 ‘100 클린 시트 클럽’에 들어갔다.
1992년 새 옷으로 갈아입은 EPL 역사에서, 에데르송은 세 번째로 빠른 페이스로 100경기 무실점 고지에 올라섰다. 208경기 출장에서 이룬 위업이었다.
에데르송보다 더 적게 경기를 치르고 100 클린 시트 클럽에 가입한 GK는 페트르 체흐(첼시·이하 당시)와 페페 레이나(리버풀), 단 두 명뿐이다. 체흐는 180경기를, 레이나는 198경기를 각각 치르면서 대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EPL 사상 첫 4연속 캐스트롤 골든글러브 수상 눈앞
에데르송은 100 무실점 고지에 올라선 상승세를 몰아 4연속 캐스트롤 골든글러브 수상의 열망을 불사른다. 이 과녁에 명중하면, 에데르송은 최다 수상(4회)의 반열에도 올라선다.
이제까지 3연속 골든 글로브를 품에 안은 GK도 세 명에 지나지 않는다. 레이나가 첫 3연패의 지경을 열었다. 2005-2006시즌부터 2007-2008시즌 EPL 수문장의 지배자는 레이나였다. 그 뒤를 조 하트(맨체스터 시티)가 이었다. 2010-2011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최고 GK에 빛났다. 물론, 마지막은 에데르송이다. 2019-2020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가장 성가를 드높였다.
최다 수상은 체흐와 하트가 지닌 4회다. 한 차례도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지 못한 체흐가 최다 수상 기록 보유자의 한 명인 점은 무척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2022-2023시즌 에데르송은 클린 시트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를 앞선 GK는 12회의 닉 포프(뉴캐슬 유나이티드)와 11회의 애런 렘스데일(아스널)이다. 다비드 데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에데르송과 똑같이 10회로 나란히 3위에 자리하고 있다(표 참조).
지난 주말 경기에서, 에데르송에게 매우 고무적 현상이 일어났다. 에데르송을 빼고 이 부문 상위 5걸이 모두 골을 허용하며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에데르송이 만면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특히, 이달 초 선두를 달리는 포프와 맞붙은 한판에서, 완승하며 추격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3월 들어 골문을 완벽하게 지킨 수문장도 에데르송 한 명이었다. 에데르송은 2경기 연속 클린 시트를 기록했다. 반면 ▲ 포프, 램스데일, 알리송은 1경기에서 ▲ 라야와 헤아는 2경기에서 각각 골문을 열어 주며 실점했다.
단지, 남은 경기 수는 에데르송에게 불리하다. 에데르송은 가장 적은 11경기만을 남기고 있다. 14경기를 남긴 포프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더구나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이번 시즌 최소 실점(17) 팀일 만큼 자린고비 수비를 자랑한다.
어느 팀이 시즌 패권을 차지할지가 가장 관심을 끄는 가운데, 최다 클린 시트를 바탕으로 하는 캐스틀로 골든글러브의 향배에도 눈길이 간다. 수상을 둘러싼 막바지 각축전의 승자는 누구일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