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서울 세계쇼트트랙 선수권 대회 중 믿기 힘든 실수를 저질렀다. 남자 5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됐다.
린샤오쥔은 11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 결승전을 치렀다.
지난 10일 열린 500m 예선을 시작으로 11일 치른 준준결승, 준결승에서 모두 조 1위를 차지하며 결승에 올랐다.
이날 린샤오쥔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속도를 내며 선두 그룹으로 향했다. 마지막 코너를 돈 뒤 직선주로 아웃코스를 질주, 결승선을 향해 내달렸다.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과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육안으로는 누가 1위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린샤오쥔은 금메달을 확신하는 듯했다. 코치진들과 기쁨을 나누며 판정을 기다렸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린샤오쥔이 날 들이밀기로 시겔을 제치고 미세하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린샤오쥔은 실격이었다. '장비 미착용'이 그 이유였다. 모든 선수가 기록을 측정하는 '트랜스폰더'를 착용해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
결국 시겔(41초166)이 금메달, 스티븐 뒤부아(41초223)가 은메달을 가져갔다. 동메달은 옌스 판 바우트(41초243) 차지가 됐다.
린샤오쥔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다가 주심한테 어떤 말을 듣고는 주저않았다. 충격이 컸던 탓인지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중국 대표팀 코치진 실수로 보인다. 이전 경기에서는 정상적으로 트랜스폰더를 착용한 모습. 500m 준결승에 임할 때까지만 해도 린샤오쥔 발목엔 문제의 장비가 포착된 바 있다.
린샤오쥔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1500m에 출전,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다.
하지만 2019년 동성 후배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선수 자격이 정지돼 중국으로 귀화했다. 2021년 대법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번 대회는 린샤오쥔이 중국 귀화 후 4년 만에 참가한 한국 무대다. 그는 대회 마지막날인 12일 남자 1000m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중국은 같은 날 남자 5000m 계주 세미파이널1에서 린샤오쥔의 막판 역주로 네덜란드를 제치고 캐나다에 이어 2위를 차지해 파이널A에 올랐다.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