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알엑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섯 장의 밴카드를 모두 원딜 챔프에 쏟아붓는 승부수를 맞받아 치는 또 한 번의 승부수였고, LCK 10개팀 프로팀 사이에서 최강의 봇듀오로 꼽히는 T1 봇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원딜 서포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케리야' 류민석의 존재감에 가려졌지만, '구마유시' 이민형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T1은 지난 9일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리는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디알엑스와 2라운드 2세트서 상대의 5원딜 밴(루시안 케이틀린 바루스 아펠리오스 드레이븐)에 맞서 봇 초가스와 단식 세나 서포터로 응수, 10-10 난타전 끝에 30분 46초만에 상대 넥서스를 제압하고 2-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7주차부터 13.4 패치로 세나가 버프되면서 비원딜 챔프의 픽 가능성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지만 원딜 서포터가 대세가 된 현 상황에서는 등장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것도 사실. 지난 2012년 LCK가 시작한 이래 12시즌만의 첫 봇 초가스의 등장이었다.
원딜 듀오가 봇에서 판을 치던 상황에서 초가스에 앞서 유일한 비원딜 챔프를 사용했던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구마유시 이민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성웅 감독의 선택은 준비된 승부수였다. 이미 케이틀린을 서포터를 가장 먼저 사용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그의 발상에 한계는 없었기 때문이다.
초가스는 라인전의 주도권을 확고하게 잡고 늘어지면서, 정글러 '오너' 문현준의 전폭적인 탑 지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스노우볼링 기점이 된 초가스로 중반 이후 한타 페이즈에서도 상대 진영을 흔드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만난 배성웅 감독은 2라운드 진출을 기뻐 하면서 '구마유시' 이민형의 초가스 플레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성웅 감독은 "이번 승리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을 확정해서 기분 좋다"고 웃은 뒤 "최근 솔로랭크에서 비원딜 챔프들이 나오고 있다. 구마유시 선수가 비원딜 챔프들을 잘 다뤄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나쁘지 않아 경기까지 사용하게 됐다. 초반 라인전도 좋았고, 버티는 역할을 맡았는데 훌륭하게 수행했다. 다른 비원딜 챔프들도 연습 중이고, 대회 사용은 현장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며 또 다른 비원딜 챔프의 봇 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끝으로 배성웅 감독은 "다음 상대인 한화생명은 1라운드에서 졌던 팀이라 신경 쓰인다. 이번에는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잘 준비해서 오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