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아니라 인맥이었나.. 클린스만, 솔직 인터뷰로 드러난 씁쓸함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3.03.10 06: 37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의 첫인상은 시원시원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답게 다소 껄끄러울 수 있었던 질문에도 미소와 여유를 유지한 채 솔직함을 내보였다. 하지만 그의 대답을 통해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 시스템의 붕괴를 느꼈다는 점에서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9일 오후 파주NFC에서 취임식을 겸한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다. 전날 새벽에 입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피곤한 기색 없이 밝은 모습으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길었던 경력 단절 기간, 국내 상주 문제, 헤르타 BSC 베를린 시절 70여일 만에 사퇴한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알고 있는 듯 "간단하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경기와 결과로 평가받는다. 안 좋은 결과를 내는 감독이 경력을 이어가는 것은 힘들다. 코치, 감독으로서 평가받는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국내 상주 여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기에 한국에 머무는 것이 당연하다. 운이 좋았다. 축구를 통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면서 "프랑스, 이탈리아에 머물렀고 딸로 인해 미국에서도 지냈다. 이번에는 운이 좋게 한국에 머물 기회가 왔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다른 문화를 경험하길 원한다"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헤르타 시절 소셜 미디어로 사임을 발표한 것에 대해 "매일 무엇인가를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이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임 발표는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0번 다 옳은 결정을 하지는 않지 않는다. 실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렇듯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과 관련된 논란을 피하지 않았다. 솔직하고 담백한 설명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또 자신과 잘못한 것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결정 계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축구협회의 정몽규 회장과 알고 지낸지 오래됐다. 2017년 아들(조너선 클린스만)이 미국 대표팀으로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하게 되면서 알게 됐다. 또 카타르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멤버로 있으면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TSG 멤버 중 한 명인 차두리와 함께 한국 경기를 다 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 한국인이라 한국 경기가 메인이었다"면서 "월드컵 이후에 다시 만나서 축구협회와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걸 통해 인터뷰를 여러 차례 진행했고 계속 아이디어와 알고 있는 부분을 나누게 됐다. 이런 절차들을 통해 같이 일하기로 결정했다. 상당히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은 대한축구협회 내부 선임 시스템을 거친 것이 아니라 협회 특정 인사들의 입김에 의해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마이클 뮐러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위원들이 소통하는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처음 61명의 후보군에서 시작해 순차적으로 후보군을 추렸고 최종 2명 중 우선협상자였던 클린스만 감독을 낙점하게 됐다"던 뮐러 위원장의 이전 설명은 요식행위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6명의 전력강화위원이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4년 전 내부 검증 시스템을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특정 개인이 주도하던 선임 방식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데이터로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 감독 선임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감독 선임위원회에서 영상 분석과 토론을 통해 후보군을 정했고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그 내용을 참고해 개별 면접에 나섰다. 이후 평가를 다시 내려 최종적으로 사령탑을 정했다.
힘들게 구축한 내부 시스템이 이미 사라졌고 요식행위로 위장한 시스템만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클린스만 감독의 답변이었다. 그래서 이번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힘들게 구축했던 시스템을 대한축구협회 스스로 무너뜨렸고 결국 퇴행의 길을 택한 것이라는 인식이 들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함을 남겼다.
오는 12일 K리그 서울-울산전 직관으로 공식 업무에 나서는 클린스만 감독이다. 그리고 24일 울산에서 콜롬비아, 28일 서울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한다. 4년 후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때 인맥 축구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 축구가 무너진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 데는 다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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