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감독을 최측근에서 보좌해야 할 수석코치는 유럽에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한축구협회는 2월 27일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클린스만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한국대표팀을 이끈다. 8일 새벽 입국한 클린스만은 9일 오후 파주NFC에서 취임식 겸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클린스만이 여러 의문점에 대해 직접 답을 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점은 코치진의 구성과 운영계획이었다. 클린스만은 코치진을 유럽파, 한국파로 나눠 이원으로 운영한다.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구성이다. 오른팔격인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는 유럽에 상주한다. K리그 스카우팅 등 한국에서의 업무는 마이클 김(김영민) 코치, 차두리 어드바이저가 돕는 형식이다.
클린스만은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에서 지낸다. 유럽 베이스 코치는 해외 관전 업무를 수행한다. 팀에는 합류해 활용할 것이다. 현대에는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오랜 시간 토의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한국에 있을 필요가 없다. 선수가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헤어초크 코치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대표팀에서 함께 활동해 축구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의문점이 있다. 감독과 수석코치는 팀의 쟁점에 대해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 유럽 코치진과 한국 코치진 역시 잦은 소통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유럽과 한국 사이에는 시차 등 피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수석코치가 한국에 상주하며 감독을 보필하는 것보다 소통이 잘 될 수는 없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처럼 유럽에 대표팀 코치가 상주한다면 해외파 한국선수들을 더 잘 살필 수 있다. 오현규(스코틀랜드 셀틱), 홍현석(벨기에 헨트) 등 여러 리그에서 뛰는 해외파가 늘어나 한국대표팀이 관리해야 할 선수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카우팅은 꼭 수석코치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업무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처럼 기술이 발전해 한국에서도 벨기에리그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꼭 수석코치가 유럽에 상주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헤어초크 코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한다. 그가 한국선수들을 직접 살피기 위해서는 유럽내에서도 장거리 출장을 가야 한다는 의미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막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결국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포르투갈전을 지휘했다. 평소 벤투 감독과 철학을 공유한 그는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을 후반에 투입하는 등 절묘한 용병술로 벤투의 공백을 메웠다. 클린스만호 코칭스태프에서 이런 소통과 호흡을 기대할 수 있을까.
코치진의 이원화는 대표팀 선발 때마다 잡음을 야기할 수 있다. 특정선수 선발을 두고 코치진 사이에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K리그에서 양현준 같은 깜짝스타가 등장했을 때 유럽 코치진은 이 선수를 실제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팀 선발에 적극 찬성할 수 있을까. 아울러 한국사정에 밝은 차두리 어드바이저의 입김은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는 12일 서울 대 울산전을 직관하며 첫 K리그 스카우팅에 나선다. 한국은 당장 24일 콜롬비아를 울산으로 불러들여 평가전을 갖는다. 클린스만 감독의 데뷔전이다. 28일에는 월드컵에서 0-0으로 비긴 우루과이와 서울에서 붙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두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국대표팀을 맡은 목표에 대해 클린스만은 “감독이라는 자리는 경기와 결과로 평가받는다. 안 좋은 결과를 내는 감독이 경력을 이어가는 것은 힘들다. 인천공항에서 아시안컵 우승을 이야기했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며 호기롭게 선언했다.
과거 클린스만은 어떤 팀을 맡든 첫 8주간은 평가가 좋았다. 문제는 실체가 드러난 그 다음이었다. 클린스만이 전술적 세밀함과 장기계획 실천에서 약하다는 그간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