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럽, 튀르키에, 북미를 거쳐 다시 튀르키에까지 9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허영철 농심 감독은 원만해서는 선수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편이다. 차라리 선수의 역량을 인지하고, 발전을 이끌어내 단기적인 측면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그의 지도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챌린저스 출신 새내기들로 구성된 농심 레드포스는 딱 어울리는 지도자인 셈이다. 그런 허영철 감독도 연습에서 만큼 보여준 기량 실전에서는 약속한 것처럼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에게 지쳐가고 있다.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며 무너지는 선수들에게 부임 이후 처음으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농심은 지난 8일 광동과 스프링 2라운드 경기서 1-2로 패했다. 이 패배로 리그 11연패에 빠진 농심은 1승 14패 득실 -22로 사실상 시즌 최하위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허영철 감독은 8일 광동전 이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더 직관적이고, 쉬운 조합으로 구성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준비에 맞춰서 연습도 좀 잘 이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또 대회에 와서는 선수들이 고민하고, 망설이면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싸움 견적을 예상하는 것부터 잘못되는 경우를 계속 보이고 있다. 아직도 안 고쳐진 것 같아 그게 제일 아쉽다"며 농심 선수단의 경기력을 아쉬워했다.
허 감독의 쓴소리는 계속됐다. "차라리 스크림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면, 좀 더 보완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크림에서는 문제점이 없다가 대회에서만 이런 상황을 만드는 선수들이 실망스럽다"고 씁쓸해했다.
곁에 있던 '피터' 정윤수도 "감독님 말씀처럼 우리가 연습 과정에서도 계속 밴픽을 심플하게 가져가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대회 밴픽도 나왔고, 조합도 계속 가져갔지만, 연습과 다르게 대회에서는 중요한 판단이나 전술적 움직임을 할 때 매끄럽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다음 경기에는 더 보완해서 오도록 하겠다"며 허영철 감독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였다.
허영철 감독은 "최대한 선수들 효율적으로 대회를 준비시키는 편이다. 난이도가 높은 한타 이니시에티잉 조합이나 돌진 위주 조합을 짧게 준비하는게 아니라, 연속으로 방향성을 갖춰 대회에 임하고 있지만 계속 경기력에서는 답답한 모양새다. 물론 선수들이 심리적인 요인 같이 이유가 있겠지만, 문제점을 더 파악해 보완하도록 하겠다"며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덧붙여 허 감독은 "항상 죄송스럽다. 결과적으로 실망하실 팬 분들에게 죄송하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항상 연습을 푸시하면서 힘들게 힘들게 하는데 결과는 이기지 못하고 있고, 선수들 역시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해소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계속 마음이 꺾이지 않게끔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아 고맙기도 하다. 다음 DK전 한 마음으로 준비해서 시원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서 준비해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