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59)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이 한국 땅을 밟는다. 그가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직접 지워낼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 뒤를 잇게 된 클린스만 감독은 8일 오전 5시 20분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그는 입국 후 간략히 스탠딩 인터뷰를 실시한 후 다음 날(9일)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다.
클린스만 감독이 던질 한마디 한마디에 많은 시선이 쏠린다. 그를 데려온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 강화위원장이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남은 것은 물음표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최종 2인 후보 중 최우선 협상 대상이었다며 "한국 축구에 대한 큰 관심을 느꼈고 동기부여가 컸기에 그를 낙점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클린스만 감독이 지닌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강한 성격에 매력을 느꼈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대표팀 감독 부임을 상당히 원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선임 이유와 협상 과정은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뮐러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클린스만 감독표 축구 철학에 관해서는 "조금 더 득점 기회를 만들고 골을 많이 넣는 방법을 찾지 않을까 한다"라며 추측성 대답만 내놓기도 했다. KFA가 발표했던 '국내 거주' 여부에 관해서도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낄 뿐이었다.
자연스레 국내외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독 생활을 거치며 구단이나 협회, 선수들과 충돌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기에 클린스만 감독에게 '한국에선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따른다.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되는 전술 역량과 사실상 7년에 가까운 감독 공백 역시 불안 요소다.
다만 이름값 하나만큼은 가히 역대급이다. 지난 2004년 지도자로 변신한 클린스만 감독은 자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하락세를 걷고 있던 독일을 이끌고 3위를 차지했다.
미국 대표팀에서도 성과를 냈다. 그는 2011년 7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미국을 지휘하며 2013년 골드컵 우승,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등 굵직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처럼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경험만 놓고 본다면 분명 '성공'에 가까운 인물이다. 바이에른 뮌헨과 헤르타 베를린 등 클럽팀에서는 실패를 맛봤지만, 대표팀에서만큼은 꾸준히 성적을 냈다.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중에서는 최고 커리어다.
어찌 됐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새로운 4년을 걸었고, 그는 다가오는 24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시작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이제 공은 클린스만 감독에게로 향한다. 뮐러 위원장이 오히려 혼란만 키우긴 했지만, 아직 그에게도 물음표를 떨쳐낼 기회가 남아있다. 그가 직접 마이크를 쥐고 앞으로의 방향성과 확고한 비전을 제시해준다면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 본인의 몫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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