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을 선수는 고진영(28)이었다. 고진영이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우승 가뭄에 빠진 한국 선수들의 해결사가 됐다. 한국 선수군은 작년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전인지 우승) 이후 19번째 대회에서 기다리던 우승 소식을 전했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6,74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약 23억 4,000만 원, 우승상금 27만 달러=약 3억 5,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72-65-65-69)로 우승했다.
고진영의 직전 우승 대회도 바로 이 대회였다. 작년 3월 3일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고진영이 딱 1년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즌 첫 우승이면서 LPGA 투어 개인 통산 14번째 우승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고진영이었지만 심경은 복잡했다. 대회 2연패의 기쁨보다 1년 사이 손목 부상에 시달리며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챔피언조 동반 플레이어보다 3타차로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18번홀 그린에 올라왔지만, 그때부터 이미 고진영의 눈시울은 붉어 있었다.
넬리 코다가 버디에 성공하며 15언더파로 단독 2위를 확정하고, 차분히 파 세이브로 챔피언 퍼트를 마친 고진영은 카메라를 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굵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털어버리는 눈물이었다.
5일의 최종라운드도 싱가포르의 이상 폭우가 애를 먹였다. 최종라운드에서는 2차례나 경기가 중단됐다. 두 번째 중단은 16번홀 그린 플레이를 남기고 중단됐다. 1시간여 중단된 후 경기가 속개됐지만 고진영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고진영의 우승은 사실상 파5 13번홀에서 결정되다시피 했다. 두 홀 앞서 경기를 펼치던 대니얼 강이 1타차로 위협하던 상황이었다. 고진영은 보란듯이 5미터 이상 되는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버렸다.
이후부터 고진영은 추격자들과 두세 타차를 유지하며 끝내 우승컵을 차지하고야 말았다.
고진영의 이날 우승은 ‘완벽 부활’의 메시지를 분명히 던졌다.
고진영의 특기인 이틀 연속 7언더파 몰아치기가 드라마처럼 펼쳐졌고, 최종일 챔프조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자랑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되레 타수를 줄여 상대를 기죽게 하는 위압감이 완벽히 살아났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박인비 언니가 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을 한 기록이 있는데, 나도 대회 2연패로 언니 뒤를 따르게 돼 영광스럽다. 디펜딩 챔피언에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기분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