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신빙속여제’ 김민선(24, 의정부시청)이 체력 안배에 실패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을 제패하지 못했다. 현시점에서 보면 아쉬운 결과일 수 있으나 오히려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김민선은 지난 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에서 열린 2022-2023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56의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3위와 불과 0.02초 차이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이후 하루 뒤(5일)에도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민선은 1,000m에서 1분15초88의 기록으로 11위에 그쳤다.
500m에서 한 끗 차이로 메달을 놓쳤지만 김민선은 세계선수권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앞서 그의 이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은 2016-2017시즌 500m 15위였다.
결과는 ‘노메달’이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민선의 메달 수확 기대감은 예년과 다르게 컸다. 그가 앞서 보여준 활약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김민선은 지난해 11월 열린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가 ISU 월드컵 여자 500m에서 우승한 건 2015-2016시즌 이상화(은퇴)의 월드컵 4차 대회 우승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민선은 1차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1~5차 월드컵 500m 1위를 휩쓸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 4차 대회에선 개인 최고기록(36초96)을 작성했다. 6차 대회에선 은메달을 추가, 월드컵 전 대회 메달 획득 쾌거를 달성했다.
여자 500m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른 김민선은 6차례 월드컵 대회뿐만 아니라 12~1월 4대륙선수권, 동계유니버시아드, 전국동계체전까지 소화했다. 3개 대회 500m 정상에 올랐고, 전국동계체전에서도 이상화의 체전 기록을 갈아치우며 (MVP)로 선정됐다.
국내외를 오가는 일정 강행군 속에서도 연일 좋은 성적을 작성하던 김민선은 결국 마지막에 탈이 났다.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 있는 국제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우승 피날레’에 도전했지만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시즌 초부터 달려온 김민선이 결국 막판에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세계선수권 메달 불발은 아쉬운 결과지만 김민선이 체력적인 부분을 더 잘 관리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단 뜻이기도 하다.
김민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 노메달이 이른 '예방주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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