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체급’으로 평하는 팀 간의 격차는 이번 2023 LCK 스프링 역시 끊임없이 언급되는 화제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대체적으로 팀들의 전력이 상향평준화 됐다고 평하지만, 리그 순위를 보면 양극화가 뚜렷하다.
반환점을 돈 이후에도 상향평준화라는 평가에 맞게 움직이는 팀은 류상욱 감독 이끄는 리브 샌박 뿐. 다른 하위권 팀들에게 1승은 요원한 일이다. 주전급 선수들이 모인 디알엑스를 제외하면 다른 팀들은 선수들의 전체 몸 값이 일부 상위권 팀들의 1/10 정도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팬들도 시즌 전 이들 팀을 ‘4탱커’라 부르기도 해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리브 샌박의 선전은 확실히 눈길이 간다. 체급 차이를 뛰어넘는 용병술과 선수들의 각성으로 자칫 심심할 뻔 했던 리그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위권 팀들은 계속 강팀들의 승점 자판기가 될 필요는 없다.
브리온 최우범 감독은 선수들의 각성을 강하게 주문했다.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되는 체급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챔피언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최우범 감독은 당대 최고의 LOL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14년말 젠지의 전신인 삼성 갤럭시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LCK 사상 첫 액소더스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말았다. 2014 롤드컵 우승 팀인 삼성 화이트 뿐만 아니라 형제팀 삼성 블루도 선수 전원이 중국 LPL 리그로 이적을 선택하면서 사실상 빈털털이 상태로 감독에 부임하게 됐다.
무명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삼성은 2015년을 거쳐 2016년 괄목성장한다. 2015 서머 시즌을 앞두고 영입했던 ‘룰러’ 박재혁의 발전과 2016시즌 가세한 ‘앰비션’ 강찬용의 합류 이후 안정적 운영 이후 후반 봇 캐리를 기본 팀 전술로 굳히는데 성공했다. 결국 2016 롤드컵 준우승 이후 2017시즌에는 롤드컵 우승팀이 들어올릴 수 있는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삼성의 우승은 무명의 선수들과,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노장. 즉 우승권으로 분류될 수 없는 선수들이 만들어낸 기적의 성장 드라마였다. 시간이 흘러 2021시즌부터 브리온의 지휘봉을 잡은 최우범 감독은 또 한 번 제자들의 성장 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브리온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T1과 2라운드 경기서 0-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3연패를 당한 브리온은 시즌 9패(4승 득실 -9)째를 당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최우범 감독은 “밴픽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이게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답이 없어지는 그런 생각이 든다. T1은 정말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가 0-2로 지기 했지만, 예상보다 라인전도 잘했고, 2세트도 상당히 할 만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 풀었다. 좀 아쉽다. 생각보다 잘했다고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담담하게 경기 총평을 전했다.
이어 최우범 감독은 “사실 어제도 스크림을 다졌다. 한강도 가고, 식사도 하면서 이야기를 해봤다. 별수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연습을 해도 늘지 않은 챔피언 폭은 지도자 입장에서는 가장 큰 스트레스다. 선수들도 그걸 다 알고 있다는게 힘든 점이다. 솔직히 그 점이 변하지 않으면 서머도 힘들다고 생각한다”면서 “안타까운 건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까가 고민이다.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면 연습량을 늘리고, VOD를 챙겨보면서 연구를 하면 되는데 열심히 하고 있는 걸 알아서 더 고민스럽다”는 속내를 전했다.
거듭된 패배로 침체된 팀 분위기를 염두한 듯 최 감독은 “오늘 경기전 ‘기죽지 말고 하자’ 딱 이 한 마디를 했다. 주눅들지 말고 우리 경기 하자, T1은 너무 강팀이라 성현이가 자책하는 것처럼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인 젠지전을 잘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프로게임단 관계자들은 다 알겠지만, 어떻게든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끝내고 싶어한다. 최대한 승수를 챙길 수 있게 노력하겠다. 현 순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남은 경기 잘 준비하는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덧붙여 최우범 감독은 “선수들의 성향이라고 해야 될까. 조금 공격적인 모습을 좀 많이 보여주고 싶어 자주 이야기 하지만 그게 안된다. 사람의 성격을 바꾸기는 정말 어려워서 시간이 또 많이 걸린다. 그런 부분을 서머 때는 많이 바꾸려고 계속 노력해보겠다. 전라인이 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게 그런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노력을 하겠다”며 “선수들에게도 지는 거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안되더라도 자꾸 될 때까지 상대를 들이 박을줄도 알아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포기하면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주문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