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만 잘하는 선수보다는 생각이 깊은 선수가 오래도록 사랑받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에게 '차범근 할아버지'가 전한 당부의 말이다.
제35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이 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의 HW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 총 16명과 여자 유소년 선수 2명, 지도자상을 받은 한철 코치 등 총 19명이 수상했다.
지난 1988년 제정된 차범근 축구상은 매년 꿈나무를 발굴해 시상하는 유소년 축구상으로 그동안 이동국(4회), 박지성(5회), 최태욱(6회), 김두현(7회), 기성용(13회), 황희찬(21회), 백승호(22회), 이승우(23회) 등이 수상의 기쁨을 맛봤고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시상을 마친 뒤 차범근(70) 이사장은 "35회 차범근 축구상 수상자들이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한국 축구의 미래들에게 이 상을 35년 동안 줄 수 있어 이 할아버지는 무척 행복하다"
차범근 이사장은 "여러분들의 우상인 박지성 선수에게 상을 줄 때만 해도 아저씨였는데 이젠 차범근 할아버지다. 나이가 70이다. 짧은 시간은 아니다. 6시간가량 운전하면서 시상식에 왔다. 많은 생각을 했다. 자랑스럽기도, 감격스럽기도 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차 이사장은 "지난 35년 동안 한국축구는 더디지만, 발전을 계속해왔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과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때만 해도 월드컵에 우리가 함께하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2002년에는 우리 땅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기적처럼 4강에 올랐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은 잘 오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아공,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제가 선수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처럼 나의 후배들은 한국 축구를 조금씩 앞으로 끌고 갔다. 늘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차 이사장은 "'차범근 할아버지'가 독일에서 골을 넣고 사랑받을 때 한국 팬들은 자랑스러워했다. 엄청난 사건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주말이면 세계 곳곳에서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고 있다. 우리 손흥민 선수가 이 할아버지를 뛰어넘은 것은 벌써 오래됐다. 얼마나 자랑스럽나. 이제 여러분의 차례"라고 말했다.
차 이사장은 "전 여러분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선수 못지않게 멋진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축구만 잘하는 선수보다는 생각이 깊은 선수가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팬들은 생각이 깊고 배려심 있는 선수를 사랑한다"라며 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차범근 이사장은 "멋진 사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스스로 해봅시다. 훌륭한 인덕을 가진 바람직한 축구선수로 빛나시길 바랍니다"라며 말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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