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데뷔골' 조성욱의 깜짝 고백 "감독님도 모르는 트라우마 있었다" [성남톡톡]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3.02 07: 21

성남FC의 개막전 승리를 이끈 조성욱(28)이 이기형(49) 성남 감독도 모르는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성남FC는 1일 오후 4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시즌 1라운드에서 안산 그리너스를 2-1로 제압하며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선제골의 주인공' 조성욱의 공이 컸다.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멋진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이후로도 안정적으로 수비를 지휘하며 활약했고, 성남은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신재원의 극장골로 짜릿한 승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성욱에게도 뜻깊은 하루였다. 그는 지난 2018년 성남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했지만, 프로 무대의 벽은 높았다. 그는 이듬해 경남 임대에서도 기회를 얻지 못했고, K4리그 진주시민축구단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뛰며 군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도 중용받지 못했다. 그러나 조성욱은 지난해 말부터 점차 출전 시간을 늘려가더니 올 시즌에는 개막전부터 선발 자리를 꿰찼다.
그럼에도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트스존)에서 만난 조성욱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힘든 경기였는데 이겨서 너무 좋다"라면서도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조성욱은 승리의 비결로 '겨우내 흘린 땀방울'을 뽑았다. 그는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동계훈련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많이 노력했다. 경기를 뛰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 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성욱은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않았다. 다만 선제골을 넣었는데 전반이 끝나기 전에 한 골을 내줬다. 비기면 안 된다는 불안한 마음에 조금 힘들었다. 심리적 부담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은 전반 추가시간 강의빈이 태클로 상대 역습을 저지하려다가 페널티킥을 내줬다. 그럼에도 이기형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하프타임에) 의빈이 잘못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족해서 실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준비한 대로 믿고 경기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서로 격려하면서 경기하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조성욱도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그 전에 내가 파울로 끊었으면 됐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의빈이에게 '형이 미안하다'고 했다. 그랬는데 의빈이는 그냥 본인이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다들 의빈이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이기고 싶어 했다"라며 "팀 전술이나 스타일 자체가 선수들이 서로를 믿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다. 감독님께서 서로를 믿으면서 플레이하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기형 감독은 개막전을 앞둔 심정을 '설렘'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조성욱은 어땠을까. 그는 "긴장되진 않았다. 실감도 잘 안 났다. 이기고 싶다는 마음에 꿈에 나오긴 했다"라며 "경기날이 되니까 빨리 뛰고 싶었다. 설렜던 것 같다. 연습 경기를 하면서도 몸이 올라오고 많이 뛰어도 힘들지 않더라. 빨리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꿈에서도 득점하는 모습은 나왔을까. 조성욱은 그렇진 않았다고 웃으면서 "동료들과 김태수 수석 코치님이 계속 내가 골 넣을 것 같다고 하더라. 동생들도 그랬다. 나는 골이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점하지 말자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운 좋게 골이 들어갔다"라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 조성욱의 득점은 그의 프로 데뷔골이었다. 그는 어느덧 프로 6년 차지만, 아직 득점은 없었다. 그는 "실감이 안 났다. 좋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시간이 얼마 안 됐더라. 흥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기쁜 모습을 자제하려고 했다"라며 데뷔골 장면을 되돌아봤다.
조성욱은 놀라운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세트피스 이야기나 나오자 잠깐 멈칫하더니 "감독님께는 말씀 못 드렸는데, 사실 헤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점프해서 헤딩하고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친 적이 많다. 그래서 옆에 사람이 있으면 무서워서 점프를 잘 못 뛰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조성욱은 "그래서 정말 많이 혼났다. 이번에도 감독님께서 우스갯소리로 '공 넘기면 오늘 나한테 죽는다'라고 하셨다"라며 웃어 보이더니 "무서웠지만, 이겨내려고 했다. 오늘은 그런 생각도 안 들었다. '어디 하나 부러져도 일단 하자'라는 마음으로 헤딩했다. 트라우마를 100% 극복이라고는 못하겠지만, 80%는 극복한 것 같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신재원의 결승골 당시 감정은 어땠을까. 조성욱은 결승골 이야기가 나오자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는 "너무 좋아서 뛰어갔다. 팬들을 보는데 '아 내가 이것 때문에 축구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선수를 하면서 가장 보람차고 기분 좋았던 순간이었다"라고 얘기했다.
끝으로 조성욱은 "가진 게 많은 선수"라는 이기형 감독의 칭찬을 전하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가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라면서 "감독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몰랐다"라고 수줍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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