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당신은 뭘 얼마나 잘하고 갔습니까?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03.01 17: 06

울리 슈틸리케(69) 전 한국대표팀 감독은 과연 위르겐 클린스만(59) 신임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조언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대한축구협회는 2월 27일 클린스만 감독 선임소식을 발표했다. 지난 2014년 9월 한국대표팀에 부임해 2017년 6월 경질된 슈틸리케가 클린스만에게 공개적으로 조언을 해서 화제다.
슈틸리케는 28일 독일 ‘슈포르트버저’와 인터뷰에서 한국대표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국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그가 한국을 정말로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슈틸리케는 “남과 북은 항상 경계태세다. 국민들의 기질에도 반영돼 있다. 축구에서도 규율이 잘 갖춰져 있어 수비는 꽤 잘하지만 공격에서 창의성이 부족하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한반도가 분단상황인 점과 한국대표팀 공격의 창의성 부족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과 인과관계가 없다. 슈틸리케가 마치 자신이 한국사정을 다 안다는 것처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점이 놀랍다.
특히 슈틸리케는 손흥민은 언급하며 “한국축구는 손흥민이 없으면 공격에서 마비상태”라고 표현했다. 정작 슈틸리케는 자신이 대표팀을 맡을 때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 또한 그는 손흥민이 없는 시리아전에서 무기력하게 0-0으로 비겼다. 손흥민의 대안을 실험하는 등 전술적 역량도 보여주지 못한 본인의 책임이었다. 손흥민의 유무로 변명을 하는 것 자체가 지도자로서 역량부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슈틸리케는 “K리그는 소수의 예외를 빼면 국내 리그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한국의 클럽은 독일처럼 회원들이 만든 게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로 시작됐다”며 국내리그를 평가절하했다. 아울러 “한국은 유럽명문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아직도 적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슈틸리케는 대표팀 재임시절 K리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폼이 한창 좋은 K리거를 제외했다.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 못한 유럽파와 중국파를 중용한 결과 ‘창사 참사’를 얻었다. 슈틸리케가 선수선발에 대한 선입견이 심하고, 선수의 현재 컨디션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슈틸리케는 2016년 3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에서 0-1로 패했다. 한국축구 역사상 중국 원정경기 패배는 슈틸리케가 처음이었다. 한국축구역사에서 잊지 못할 치욕을 선사한 인물이 슈틸리케다.
전문가들은 클린스만의 부임이 ‘제2의 슈틸리케’로 실패사례가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독일출신으로 선수시절은 화려했으나 지도자로서 소양이 부족하고, 내리막길에서 한국대표팀을 맡았다는 점에서 슈틸리케와 클린스만은 비슷한 점이 많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름값에 치우쳐 신중하지 못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