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후보 5명 중 우선순위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이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여러 차례에 걸쳐 후보를 추리고 이 과정에서 미팅도 가졌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 단계’에서 무지성 협상을 한 대한축구협회(KFA)다.
마이클 뮐러 KFA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58)은 28일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감독(58) 선임을 공식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협회의 계약 기간은 3월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5개월이다.
일단 KFA는 공석이던 대표팀 감독 자리를 이달 말까지 채우겠단 약속은 지켰다.
그러나 지난 달 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논리적이고 종합적으로 감독 선임 과정을 밟을 것”이라 호언장담한 뮐러 위원장의 약속 이행 여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KFA는 새 감독 최종 결정 단계에서 다른 후보들과 충분한 협상을 하지 않고 ‘우선순위’였단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뮐러 위원장은 “1월 12일 후보 61명을 선정했다. 이후 1월 18일부터 후보를 23명으로 추린 후 접촉 계획을 세웠다. 26일까지 5명으로 다시 압축을 했고, 31일부터 온라인 미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주 전 쯤 최종 두 명의 후보를 선정했는데 우선 협상자는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그에게서 긍정적인 대답과 관심을 받았다. 동기부여를 스스로 하고 있었고, 완벽한 적임자라 판단해 새 감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팅과 협상은 다른 개념이다. 미팅은 ‘알아가는 단계’에 가깝다. 협상은 계약을 깊게 염두에 두고 벌이는 과정이다.
북중미 월드컵까지 내다보고 감독을 선임할 계산이었던 KFA는 보다 신중하게 ‘협상’할 의지를 가졌어야 했다. 최종 두 명의 후보 중 우선 협상자 클린스만 감독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할지라도 최소한 마지막 리스트에 든 나머지 후보 4명과도 모두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을 펼쳐야 했다.
결국 KFA는 감독 커리어가 사실상 9년 전에 끊긴 클린스만을 차기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연봉은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않았지만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54)의 연봉(약 18억 원)을 작은폭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감독으로서 월드컵 3위 1회, 16강 진출 1회 이력이 있는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018년 부임 당시 16강 진출 경험이 없던 벤투 감독과 비슷한 연봉을 받는 것은 냉정히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자신의 부활’ 발판으로만 삼을 수 있단 우려를 낳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화려하게 현역 생활을 했지만 지도자로선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해 슈투트가르트, 인테르 밀란, 토트넘 홋스퍼 등에서 뛰었다. 독일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다. A매치 108경기를 소화, 47골을 넣었다. 특히 1990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주역’이다.
2004년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2006독일 월드컵 3위에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그러나 2008년 뮌헨 지휘봉을 잡고선 성적 부진으로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부활을 알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2011~2016년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3골드컵 우승, 2014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등 눈에 띄는 성적을 작성했다.
그러나 이후 ‘감독’ 클린스만의 이름은 ‘논란’ 속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2019년 11월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에 소방수로 투입됐지만 2개월 만에 경질됐다. 결국 3년 동안 커리어가 끊기며 야인생활을 했다. 사실상 2014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후 9년간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이다.
그런 클린스만 감독에게 KFA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맡긴다. “논리적이고 종합적으로 선임 과정을 밟겠다”고 했지만 KFA는 최종 단계에서 무지성 협상 자세를 취하고 말았다.
한편 다음 주 중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해 한국대표팀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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